2008년 8월 29일 금요일

내가 삼비범에 나선 이유

인터넷을 통한 소호(SOHO)창업과 마찬가지로 블로거는 지식/정보/공감의 소매상이다. 텍스트를 상품으로 하고 공감을 가치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나는 블로거 겸 삼비범죄화운동가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마케팅 방법을 적용해보았다.

 

고객의 필요(needs)에 맞는 적절한 가치(value)를 적당한 가격(price)에 제공할 수 있다면 사업은 성공한다. 그럼 먼저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와, 잠재고객의 니즈와, 적당한 가격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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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이 지천에 널렸는데, 시발 라이터가 없다!"

 

내가 제공하려는 가치는 일단은 '삼 비범죄화의 모의를 꾸미는 공간'이다. 고객의 니즈는 ‘삼에 대한 양질의 정보’와 ‘더 많은 공감’이 될 것이며, 가격은 나 개인의 노동가치와 기회비용이다.

 

 

이를 고려하여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고객-독자 프로파일링을 해보면,

 

1. 삼을 아는 사람(유쾌한 경험자)

2. 자유와 공생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

3. 문장이해력이 좋아 나의 부족한 글도 잘 읽어내는 사람

4. 삼 비범죄화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용의가 있는 사람

5. 기타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

 

중 어딘가에 해당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인간들이 얼마나 되겠냐 싶겠지만 이토록 철저하게 탄압받는 한국에서도 삼 사용자가 100만 명이다. 모든 일이 잘만 풀려준다면, 어림잡아 비범죄화 직전까지 최대 10만 정도의 고객-독자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잠재수요를 두고 다른 사례(경쟁업체)를 꼼꼼이 살펴 그들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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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한국의 삼 사용자는 2005년 김부선씨의 위헌소송 시기에 잠깐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 또 다시 깊은 잠수를 타고 있다. 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와 공감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아직도 파편화되어 다른 '오타쿠'들, 예를 들면 '얼리어댑터'들이 '지름신'이라는 단어를 사회 일반에게까지 퍼뜨리는 동안에도, 그저 바위(stone) 뒤에 숨어 있었을 뿐이다.

디지털카메라 마니아들이 디시인사이드라는 대박을 터뜨리는 동안 삼마니아는 뭐하고 있었단 말인가... 수 만의 잠재 수요를 가진 '삼 산업'이 왜 아직까지도 제대로 확산될 수 없었을까. 가장 큰 이유인 '위법성'을 논외로 하자. sex산업도 위법하지만 최소한의 밥그릇은 챙기고 있다.

 

다른 이유는 역시 ‘합법적인 오타쿠’들이 소비지향적-자본친화적인데 반해 삼 마니아들은 내면지향적-반자본주의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밖에 없다. '안전이 확보된' 삼 사용자는 굳이 '동호회'를 만들 이유가 없다. 아니, 아예 이유가 없다기보단 삼 사용자가 '위험'을 감수하며서까지 굳이 '삼에 대한 어떤 공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설사 이러한 공감을 나누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통계적으로) 그들은 외국어에 더 익숙하다. 공감을 하려면 일단 경험이 있어야 하고, 경험은 대개 외국에서 이뤄지며, 외국물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외국어는 할 줄 안다는 것.

이것이 한국의 삼 역사에 끼친 영향은 국내에 서버를 둔 포르노 사이트가 사실상 없다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한국어 버젼을 제공하는 외국 포르노 사이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수익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삼에 대한 어떤 수요도 일부는 외국의 인터넷 서비스 또는 해외여행 경험을 통해 해소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수요를 한국 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돌리면서 더욱 확대하려는 것이 나의 ‘사업 아이템’이다. 이미 또다른 그러한 '공간'이 있다면 나는 그곳에 그냥 참여하면 되겠지만 그런 곳이 아직 없다면 나라도 앞장서려 한다. 그곳은 나의 '블루오션(blue ocean, 미개척시장)'이다. 현대사회는 내겐 레드오션(red ocean), 그러니까 금전만능주의, 성공지상주의, 신차(new car)와 명품(名品)이 지배하는 세상은 내게 불리한 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탐닉과 나태는 죄악이고, 가난은 그 형벌이다. 나는 거부한다.

따라서 나는 제일 먼저 내 사업이 '포르노'와 달리 금지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최소한 과반수의 국민에게 납득시켜야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로, 누군가 해야할 필요가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삼을 경험해보지 않은)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납득시키기 어려웠다. 내 삶이 내 삶의 진실성을 담보해주지 못하는 까닭에 나의 말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유전에 착유기를 꽂는 것과 같다. 좋은 포인트를 찾아 꽂기만 하면 공감은 석유처럼 솟아나올 것이다.

이러한 잠재수요를 나의 ‘매장(每場)’으로 효과적으로 집결시키기 위해선,

 

1. 내가 직접 쌈뽕나는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삼의 즐거움을 알리는 것은 물론,

2. 누군가 존내 쌈뽕난 글(을 비롯한 어떤 창작이라도)을 쓸 수 있는 사람을 꼬드겨 이 '공간'에 서식하게 해야 하며.

3. 당분간 모든 참여자에게 완벽한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쯤 쓰고나서 보니, 내 모든 계획이 법리적으로는 ‘범죄조직의 결성’에 해당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어쨌든 간에 현행법의 위반을 추구하니까. 호들갑 떨기 좋아하는 꼴통들이라면 틀림없이 반사회적 조직이라는 둥 해서 탄압할 명분을 찾으려 할 만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든 그것이 현행법에 어긋나느냐가 아니라, 그 법이 사리에 맞느냐이다. 악법도 법이므로 무조건 지켜야 한다면, 혁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주의, 입헌법치국가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법은 민의에서 나와야 한다.

 

어떻게든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감대를 키워내 조직화 하면, 정치적인 힘이 생긴다. 이 힘으로 삼을 이슈화할 더 힘 있는 아젠다 메이커를 키워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삼에 우호적인 국회/지방의회 의원, 자치단체장 등을 지원해 당선시키거나, 기존 정치인에게 관련 법률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한다던가 하는 식이 될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합법적인 정치행위로 민주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물론 그 길엔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당장 법을 회피하는 것도, 그러면서도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내는 것도, 그리고 가장 어려운, ‘삼의 진실’을 널리 알리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울 일이 없다.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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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삼 비범죄화 시위(오렌지색 자켓 등짝의 삼이파리를 보라)

 

일단 일반인에 대한 프로파간다는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삼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 많은 이들에게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누구라도 적절하게 즐긴다면 그들의 삶이 크게 풍요로워지리라는 사실 등을 인식시키는 것은 선교(宣敎)에 비견할 어려운 작업이 되겠지만, 누군가는 그 일을 해줘야 한다. 가능하면 그 과정의 대승적 희생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또한 어떤 조직이든 덩치가 커지면 힘과 함께 관리의 필요성도 생기는 법이다. 조직이 커지면, 시간이 없어서라든가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든 삼 비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나를 비롯한 전업운동가들을 도울 수 있다. 많은 합법적 민간단체나 NGO들이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위주로 진행될 이 사업의 초기에 도움이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의미는 무진장 크다. 누구라도 조금씩만 더 ‘진실’에 관심을 보이고, 비범운동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것 정도라면 당장은 충분한 것이다. 어떤 위대한 것도 시작은 미약하였다. 그리고 작은 관심이 모여 큰 힘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은 굳이 촛불집회의 예를 들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인터넷이든 오프라인 어디서든 더 적극적인 관심은 항상 더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무엇보다 귀한 자원인 ‘돈’이 흘러들 가능성이 생긴다. 사람만 많이 모아내면, 어떻게든 조직의 활동자금은 마련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모인 자금 중 일부가 나의 생존을 보장해주길 나는 기대한다. 이 점에서 나는 좀 가격 경쟁력이 있다. 내 삶을 삼 비범죄화운동에 바치기로 한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써 내가 원하는 것은 최소한의 생존보장과 더 많은 자유 뿐이므로.

 

사실은 이렇게 비루먹은 나 말고, 일정한 성취를 이룬 다른 누군가가 나서서 이런 일들을 해줬으면 좋겠다. 성공한 개인은 그러지 못한 개인보다 설득력이 강하므로. 누군가 나서주기만 한다면 전력을 다해 도울텐데. 그런데 아무도 나서주질 않으므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자신이 직접 해야하므로, 나는 내게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조금씩이나마 도와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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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 피우는 히피스머프... ㅋㅋ

 

기존의 사회는 계속 견디며 살아가야할 충분한 즐거움을 내게 주지 않는다. 내가 즐겁지 않은 직장을 견뎌야 한다면 그것은 단지 돈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은 내게 더 많은 걸 가져다 줄 수 있겠지만 그중에 정작 내가 진정 원하는 평화는 없다. 또 더 많이 갖기 위해선 그만큼 더 많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삶이다. 나는 한 번 뿐인 내 인생에서 내가 '전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때려넣고 싶진 않다. 나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내게 즐거운 일을 할 뿐이며, 삼이 그 길 위에서 미소 짓고 있다.

 

 

(이 글에 부족함이 있다면 내 글재주가 부족한 탓이니 삼에게는 책임을 묻지 말아주길 바란다.^^)

티스토리 블로그 개설

이것이 파워블로거를 위한 블로그 웹에디터란 건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삶에 바쁜 사람들이라면 알아야 할 필요가 적은 것들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내겐 알아야 할 것이기도 하다.


한곳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채 옮겨다니는 꼴이 웹이나 오프라인이나 마찬가지로구나.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