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1일 일요일

처세의 달인

 

돌아가는 분위기 보아하니 이번 지방선거에 한나라당은 잘해야 석패, 여차하면 참패다. 2012년을 위한 준비에 진작 돌입한 박근혜로선 굳이 이번 선거에 개입해 지지율 까먹는 모험흘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박에겐, 이번 선거를 크게 지든 작게 지든, MB계파에 그 책임을 물으며 기세등등 복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삽질MB 대신 쿠데타공주'라니, 왠 미친 소린가 싶겠지만 그녀를 '대안'이라고 믿는 얼간이들이 의외로 많다... 공주님 머리 속에서 이런 유연한 처세가 나올리는 도무지 없으니, 전략 참모가 누군진 몰라도 대단한 넘임은 틀림이 없다.

2010년 3월 18일 목요일

사형제 존폐론 단상

요즘 일각에선 사실상 폐지되었던 사형제를 다시 집행하자는 얘기로 시끄러운 모양이다. '살의'를 그토록 쉽사리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의 단순함이 두렵다.

 

사형제도에 찬성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 사람은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뜻이다. 이 '어떤 경우'는 사형제나 정당방위와 같이, 법률에 의거함으로써 얼마간 공정성을 보장받긴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100%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1)

 

국가의 할 일이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잠적한 범죄자를 찾아낸다던가, 가난 구제(*2)와 같은 일들이다. 우리가 군대나 전쟁을 통해서 배운 바와 같이, 살인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 굳이 국가가 나서야 할 이유가 없다.

 

 

꼬리가 몸통보다 기네

2010년 3월 15일 월요일

정당방위

'을자도' 115mm 은장도, 장추남 @knifegallery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정당방위란 말은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약육강식이 무슨 지고의 원리인 줄로 아는 이 체제의 다윈주의 해석은 완전히 틀렸다고 보지만, 맞다고 한들 약자의 투정을 들어줄 필요가 있는가.

소유권이 보편윤리보다 우선시되는 체제라면 생존권도 소유권에 양보해야 할 이유가 없다. 아무리 그것이 클리셰에 불과하게 되었다 한들 저 '아프리카 기아 난민'에 대해 우리는 무죄하지 않음이 분명한데 아무도 기소되지 않고 있다. 허나 커피 농장의 인부들이 원두에 독을 섞지 않음에 누군가는 감사해야 한다. 기껏해야 그들은 가끔 쇠스랑이나 들고 일어설 뿐이니.

 

자살률은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는데 범죄율은 그 이하라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나약해 빠졌다는 뜻이다. (흔히 자살은 나약한 정신의 한 증거로 다뤄진다.) 나를 죽일 수 있는 자가 남도 죽일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면, 이 세계에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그들에게 목숨을 빚진 것이다.

 

나는 미국 민주당의 총기 소지 제한 정책을 지지하지만, 그건 총이란 개인이 통제하기엔 너무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이지 사람이 총을 가질 권리가 없어서는 아니다.

 

2010년 3월 12일 금요일

Avatar 명대사 하나

 

 

... Sometimes your whole life boils down to one insane move.

때로, 전 생애가 단 하나의 미친 짓으로 응축되는 순간이 온다.

 

어떤 미친 열정으로 끓어 넘치던 삶이라면, boils down을 '졸아 붙는다'고 옮겨도 뜻은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강물처럼

2009년 말 즈음, 그러니까 2009년 중순에 닥친 비극에 따른 격정이 어느정도 가신 어느 날,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이 '시민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우리 가운데 일부는, 당연하게도, 그날의 슬픔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고, 따라서 그 슬픔은, 비록 격정은 담뿍 담겼으되 때로 얼마간 조악한 형태로 배출되기도 했다. 그릴 줄 아는 자는 그리고 노래할 줄 아는 자는 노래한 것인데, 허탈함과, 때로 분노가 너무 컸던 탓으로, 가신 이에 대한 사랑은 다소 과장되기도 하고, 가끔은 나이브하게 드러나기도 한 것이다.

 

이를 못내 아쉬워한 사람들이 있었다.

 

 

강물처럼 가사

 

(후렴구를 따라 불러보려다가 당황했다. 주책맞게도 목이 메어 제대로 불러지지가 않는 것이다. 내가 미친 노빠, 노무현 광신도인 까닭일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가사를 쓸 수 있는 이가 가사를 쓰고, 노래할 수 있는 이들이 노래했다. 이를 모둠 할 줄 아는 이가 모두어, 영상을 편집할 줄 아는 이가 마침내 만들어냈다. 들을 수 있는 이들은 듣고, 퍼나를 수 있는 이들이 퍼나를 것이다.

 

가사와 멜로디를 외워둬야겠다. 오는 5월 23일에는 여럿이 함께 노래하고 싶을 일이 많을 것이다. 대신 표현해주는 이들이 있어 감사하다. 나는 혼자가 아니며, 6월 2일 밤 그들과 함께 웃을 것이다.

 

 

사족

2010년 3월 4일 목요일

[쪼가리뷰] 시가테라

(스포일러 있음.)

 

 

 

1. 소년 판타지

<시가테라>는 찌질이 루저가 예쁜 여자애랑 떡치는 소년 판타지물이다. 6권의 단촐한 구성으로, 3권의 첫경험 장면이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누군들 잊을 수 있으랴 그 순간.*1

`나구모(히로인)... 다 보여...`

`오기노(주인공)군도 다 보여...` *2

 

짜증나는 부분은 (아마도 한국어판에서만) `가장 중요한 장면`-나체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에 팬티와 브라를 그려 입힘으로써 극의 긴장감을 망쳐버렸다는 점이다. 빌어먹을 15금. 다소 외설적인 묘사라도 할라치면 블로그에라도 비닐캡을 씌울 기세. 자유 없는 곳에 창조 없다. 정부는 각성하라~

 

 

2. 후루야 미노루.

저 유명한 <이나중 탁구부>*2의 작가.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고 계획도 당분간 없지만, 오래전 대강 훑어본 것만으로도 작품의 위대한 `병맛*3 포쓰`를 느껴볼 수 있었다. <시가테라>는 이런 `병맛` 전문 작가 후루야의 진지한 극화라는 이유로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그답게, 아마도 `만화 역사상 가장 찌질하게 진지한 주인공` 상을 받아도 적당할 캐릭터 메이킹은 여전했다. 찌질이가 줄곧 바보짓만 하는 `진지하지 않은 개그만화`와 차이가 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성장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만화의 장르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로 분류할 수 있다.

<이나중 탁구부>, 이런 만화다.

 

3. 사춘기

일본 만화-를 비롯한 각국의 온갖 대중 예술작품들-에는 이 시기를 다룬 작품이 많다. 이 시기를 거치는 중인 독자들이 대중문화의 주 소비계층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컨텐츠 생산자들의 연령대는 천차만별이 아닌가. 차라리 이 시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 작가든 독자든 그것에 `고착`되게끔 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흔히 `질풍노도`에 비유되는 이 시기는, 21세기라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결정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4. 청소년 지도와 관련-

불량소년 타니와키는 귀를 잘리고 돌아온 여름방학의 결과로 퇴학 처분을 받는다. 그 과정은 극히 단촐하게 묘사될 뿐이지만, 또한 극히 현실적이다.

 

타니와키(주인공 오기노의 상상 속 이미지)

 

`참고로 타니와키는 그 사건에서 약 한 달 후, 집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려 퇴학 처분을 받았다. 오랜만에 등교한 문제아가 귀가 잘려져 있었으니, 학교 측도 큰일이다 싶어 녀석의 동네까지 가서 빨리 대책을 세웠던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 야만과 문명 사이를 거치고 있는 우리라면, 아무래도 고문을 해서라도 진상을 파악하려 했을 것이다. `솔직하게 모두 말할 때까지 너 집에 못 가.` 이게 고문이다. 예전엔(혹은 여전히) 이 과정에 흔히 `사랑의 매`가 동원되곤 했다...

아니다. 타니와키는 이런 상황이 오기도 전에 진작 퇴학을 당해 소년원 신세를 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결코 덜 독한 인간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훨씬 더 무서운 범죄를 더 가볍게 해치우는, 그런 종류의 인간으로 자라났을 것이다. 우리의 학교 역시 너무도 일찍 아이를 포기하곤 한다.

 

 

5.

똥 무더기를 뒤져 꽃씨를 찾아내는 작업은 상찬받아 마땅하다. 그 안은 불결하고 추악하기 떄문에라도 보통은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그것을 헤집어 보는 데는 많은 용기와, 낙관적 전망이 필요하다. 나는 그 낙관에 전적으로 동의할 뿐더러, 그 용기에는 존경심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펼쳐두기..


 

2010년 3월 3일 수요일

쉼표

몰입의 달인들은 쉼표를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모든 몰입들과 마찬가지로 사랑 또한 쉼표가 필요하다.

2010년 3월 2일 화요일

몰입!

 

숨은 잠재력을 일깨우고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구체적인 지침서
이 책의 저자 황농문 교수는 30년 가까이 공학연구에 몸담아 온 공학자며 ‘하전된 나노 입자 이론’으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과학자다. 몰입이 잠재된 우리의 두뇌 능력을 일깨워 능력을 극대화하고 삶의 만족도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왜 우리가 몰입적 사고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몰입으로 천재성을 끄집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몰입의 개념과 필요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정의하고 이제껏 들을 수 없었던 ‘몰입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준다. ‘생각’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몰입은 확실히 눈에 띄는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 책은 불안과 우울을 고질병처럼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몰입적 사고’를 가르쳐주는 충실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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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내가 만난 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미치도록 빠져 있는 사람들이었다. SBS 스페셜 <몰입>을 준비하면서 '몰입의 고수' 황농문 교수를 만나, '몰입'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충만하게 하고, 마침내는 절정에 이르도록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또 사흘간의 짧은 몰입으로 스스로 뉴턴의 미분 문제를 풀어내고 활짝 웃는 중학생들의 싱그러운 얼굴도 보았다. 어쩌면 우리는 쓸데없는 잡담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으로 보석 같은 삶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리가 쓰레기통에 던져 놓았던 먼지 낀 시간들을 순도 100%의 황금빛 삶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 이승주(SBS스페셜 <몰입> 기획 부장)

- YES24 도서 정보 중에서

 

 

 

유감스럽게도 책 자체는 그렇게까지 '몰입'할 만하지 않다. 하지만 운좋게도 저자인 황농문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강단에 더 익숙하신 탓인지, 책보다 강연 쪽이 열 배는 더 귀에 쏙쏙 들어왔다. 얼핏 '광기어린-'으로 묘사하고플 만큼의 열정적인 강연은 당시 컨퍼런스에 참여한 청중 대부분을 완전히 몰입시켰다. 책은 차라리 그런 강연의 학술적 정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을 '한 줄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1) 몰입은 지적 존재인 인간이 이를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경험이다.

2) 몰입은 인위적으로 유도될 수 있다.

 

자, 이제 '몰입'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책을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