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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6일 수요일

이창동 칸 각본상 수상에 부쳐

우리에게도 '월드 클래스'의 인물이 제법 있는데, 알아보는 이는 적다.

 

세계를 걷는 이들의 보폭에 맞추긴 어려울지언정, 발목을 붙들진 말자.

 

세계와 함께 숨쉬고 세계와 함께 보는 이런 '큰사람'들을, 샘내어 따돌리고 끝내 쓰러뜨리고 마는 자들이 있다. 배금주의의 시대를 맞아 득세한 소인배들이다.

(<운명이다>가 자서전이라는 건 그저 정치적인 레토릭이다. <운명이다>는 위인전이다. 그의 마지막 선택 때문에 자서전의 형식을 빌어 입었을 뿐.)

 

사람 그릇의 크기는, 피와 아의 경계를 얼만큼한 범위에 설정하느냐로 알아볼 수 있다. 누구는 대기권을 울타리 삼아 대륙과 대륙 사이를 유유히 넘나드는데, 소인배들은 고작 손톱 만한 땅덩어리에 철조망을 치고 담벼락을 높이는 일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고 싶을까- 하긴, 그들로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그들에게 보이는 세상의 전부니까.

 

 

2010년 5월 25일 화요일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하는 법. 안희정.

처음으로 안희정의 연설을 보았다. 그는 먼 지역 사람인데다, 감옥을 드나들고, 또 그림자 안에 있던 사람이므로, 그의 연설을 자연스레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게 당연하다.

 

그는, 그가 딴지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슬픈 이유로 2인자의 노선을 택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노무현의 죽음은 기독교에 비유하자면 '십자가의 보혈'이 된다.

작년 5월 23일 아침까지만 해도 안희정에겐 미래가 없었다. 노무현이 몸을 던진 이유 중에는, 그의 앞길을 열어주려 한 의도가 분명히 포함된다. ("나로 인해 너무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다") 노무현은 안희정의 책(<담금질>)이라도 팔아주려다 한번 크게 눈물을 쏟은 적이 있다.

 

도지사 출마 연설에서 안희정은 "내가 노무현을 만들었다"고 선언했다. 이 또한 노무현이 인정한 바가 영상기록 증거로 남아 있다. 내가 참여정부의 노선을 강력히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그들은 기록하고 또 공개했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은 그래서 중요하다. 쥐가 쏠기 전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대놓고 자신의 장점을 자랑질 하는 것은,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건 (정치) 목숨을 건 도박과 같다. 진실로 한 점 숨겨둔 감춰진 일이 없는 사람만이 이 전략을 통해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어디 사람이 한 점 부끄럽게 살기 쉬운가. 따라서 부끄러울 일 없이 살아온 삶이란, 일찍부터 삶을 형이상학적 가치에 따라 계획해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안희정은 어려서부터 유별나게 조숙한 학생이었다. 비록 그 의기는 크게 한번 좌절되기도 한 모양이지만.

 

그 좌절을 통해 그는 1인자 대신 2인자의 길을 택했다. 충청도 사람 답다. 경상도에 의리가, 전라도에 기백이 있다면, 충청도에는 끈기가 있다. (경상도에는 87년 대선까지만 해도, "이번에는 김영삼이 하고, 다음엔 김대중을 밀어주자"라는 여론이 있었다. 그리고 80년 광주 이전까지만 해도, 박정희는 전라도에서도 김대중과 박빙을 이뤘다.)

 

이에 비해 은근하고 끈질긴 충청도인의 기질은 김종필이나 이회창과 같은 '최고의 2인자'를 여럿 탄생시켰다. 최고의 2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1인자의 자질을 가진 이가 2인자의 위치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1인자의 자질을 가진 이라 할지라도, 대세가 따르지 않는데 무리하게 1인자의 위치를 탐내게 되면, 뜨거운 맛을 보게 된다. 어쨌거나 결국 1인자의 자리를 거머쥐지 못한 이들 덕분에, 충청도는 지역감정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안희정은 연설을 통해 지역감정을 대놓고 도발했다. 그는 당당하다. 그는 김대중과 노무현, 즉 전라도와 경상도의 두 대표선수를 합당한 댓가를 치르고 계승했다.

그는 참여정부 5년 내내 실업자 신세였고, 노무현 사후엔 민주당 잔류를 택했다. 그에게 민주당 잔류가 위험했던 까닭은, 노무현 살해의 종범들과 동침하는 것이 되므로 '골수노빠'로 불리는 분들의 적극적 비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극성맞은 분들의 타겟이 되면, 정치인생이 피곤해진다.

그는 이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들을 끝내 견뎌냈다. 그리고 이제 '지역 감정 해소'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김대중과 노무현 공동의 이상'을 계승하기로 선언함로써 그는 이 골수노빠를 납득시켰다.

 

우리나라 정치엔 2인자가 성공적으로 1인자를 계승한 전례가 없다. 언제나 그들은 1인자에 대한 부정 위에 자신의 기초를 쌓으려다 무너졌다.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가 지금까지처럼 현 정부의 폭주를 관망하며 2인자의 역할을 소홀히 하다간 다른 2인자들의 전례를 따르게 될 것이다. 2012년에는 안희정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몸조심하셔야겠다. 알아볼 줄 아는 자가 저들에 있다면 지금부터 싹을 잘라버리려 할 것이다. 그를 지키려면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봐야 한다.

 

 

키워드 -

 

2인자 노선
2인자를 스스로 선택하고, 또 경험해본 사람

충청도 사람=말이 느리다.(어눌하다)
안희정, "충청도의 새 역사" 싸이즈 대박.

지역통합("김대중 노무현의 꿈 이어나가고 싶다는 것이 꿈")
2인자가 1인자를 승계하는 방법.
'진성노빠'들에게 민주당 잔류의 명분 명백히 설명.

자기 장점 대놓고 말하기. 당당함. 부끄러워 할 일이 없음.

"안희정이 누구야?"
정보 전파의 기회. = 컨텐츠가 있다면 입소문을 탄다.

서울 집값이 충청 발전(세종시)과 직결되는 이유 명백히 설명.
"봉급생활자의 집세(및 대출이자) 부담"
세종시는 이미 합의한 바가 있는 법안. ('절대 명분')

최초의 충청 출신 대통령 가능성
최초는 언제나 환영받는다.

말씨가 바뀌지 않은 사람. 말씨의 중요성.(무의식적인 인상비평을 좌우한다)

 

"386의 마지막 과제와 임무"
중앙권력에 대항하는 분권의 시대를 열어야


"전국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
골고루 잘사는=평등 강조=좌파적 시각을 자연스럽게 침투시킨다

 

세대론
근대화 세대 / 민주화 세대, 그리고 자유분방한 20대-상실의 세대

 

 

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뉴스를 보다가 문득

 

대략 전선이 두 개로 압축된 듯하다. 하나는 한명숙, 다른 하나는 세종시.
적들은 세종시 전선을 이참에 마무리하고, '한.명.숙' 석 자를 더럽히는데 일로매진하고 있다. 성동격서라고나 할까.
 
 
- 민주당은 어느쪽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
특히 세종시를 타협하면 민주당은 공중분해 될 것이다. 토픽에서 세종시가 사라지고, 유야무야되는 순간, 충청은 완전히 넘어 가고 호남은 산산조각나며 영남은 확고부동해진다.
필요하다면 서울을 적으로 돌려도 좋다. 서울 유권자 대부분이 지방에 친인척 하나쯤은 다 갖고 있다. '서울 대 지방' 구도로 몰아가면, 서울 가족은 지방 친인척들의 전화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것을 육체적 피로보다 더 괴롭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 한명숙 해법?
저들은 대놓고 힘으로 눌러버리겠다는 전략이다. 정치에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이 유권자에 대체로 부정적이던, 좋은 시절은 지났다. 도덕이 가출한 시대니 만큼, 사람들은 강한 것에 더 쉽게 굴종한다. 저들은 굴종하는 백성을 원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좋은 전략이다.
강제연행도 불사할 것이 확실하다. 양 어깨 치들려 끌려나오는 모습이 TV로 나가면 한 전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끝이다. 그걸 막으려면 물리적인 '수성전' 한 판이 크게, 오래 벌어질 것인데, 그 그림이 클수록 아군의 피해가 막심해질 것이며, 결국 한명숙 카드도 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강제 연행을 막는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체포 경찰이 서를 뜨기전에 물리적으로라도 제압해야 한다.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공세적인' 실력행사를 하면 현재 민주당의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인 "무기력함"을 씻어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법리 논쟁은 대중에 오래가지 않는다.
 
- 한명숙은 대선 직전까지 결코 버릴 수 없는 박근혜의 대항마다. 박근혜는 (좀 이상하다고밖엔 생각할 수 없는 상당수) 여성들의 강력한 롤모델이며, 그녀가 박근혜이기 때문에라도 적의 가장 강한 카드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의 저 철옹성 같은 지지율을 크게 한 번 흔들지 못하면 아군에 희망은 없다. 한명숙은 박근혜를 링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다. 노통은 이를 알고 계셨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으로 한 전 총리를 지목하셨던 것이다.
 
 
 
내친 김에 보태기.
 
- '4대강사업'을 핵심 쟁점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동력이 필요하다. 한 번도 저지되지 않은 MB의 '폭주'는, 그의 '불도저같은 추진력'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저들은 "4대강사업=경부고속도로"라는 등식을 내세워 '건설족'에 떡밥을 뿌리는 동시에, '영남'에 아첨하고, '지방'을 기만하는 등, 효과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 프레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와서 "4대강 사업"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지 못할 바엔 차라리 손 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물론 이 '손 터는 과정'은 극적이어야 한다. "개발"은 어차피 첫 삽 뜨고도 한참이다. 단기 이익의 환상을 허락하되,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 분명히 하면, 틀림없이 어디선가 탈이 난다. 그 '탈'들은 하나하나 MB의 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최선은 사업 자체를 막는 것이다. 한 번 막힌 불도저는 더이상 믿음직한 불도저가 아닐 것이므로. 그러나 너무 늦은 듯하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면 "내 돈(세금)으로 뻘짓한다"쯤에 있을까... 자기돈에는 민감들 하니까.
 
- TV를 완전히 빼앗겨버리면 승리 비용은 곱의 곱이 된다. 이미 너무 많이 밀렸다. 인터넷의 영향력은 2002년에 비해 오히려 축소했다. 반비례로 TV의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SBS는 애당초 기대할 것이 없었고, YTN도, KBS도 하나둘 넘어가더니 드디어 MBC마저 저들의 손아귀에 넘어갈 판이다. 이에 손석희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큰 전력이 될 것이다. (당내 행사 또는 '범진보진영' 행사에 초청 연사로 정치적 발언을 유도, 보도되도록 하는 방법 정도가 떠오르긴 하는데- 글쎄...) 엄기영은 노출이 많지 않아 성향을 잘 모르겠다.


※ 이상, 어젯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


2009년 7월 11일 토요일

차기 대선 후보.

1.

2012년 유시민 지지 확정. 승부는 경선에서 난다.

 

2017년(또는 개헌 여부 따라 2016년) 안희정 또는 안철수.

- 변수는 1) 안희정의 대중인지도가 어디까지 올라가느냐, 2) 안철수의 행정경험(+성과)가 얼마나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인가.

 

- 안희정은 잘 생긴 젊은 정치인. 논변 좋고 철학 좋고. 충청 출신이라 지역감정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게 강점인 동시에 약점. 인지도가 낮아 지지층이 얇다. "무능하고 말 많은 386"이라는 프로퍼갠더에 함몰될 위험 있다. 차기 유시민이 집권하면 곧바로 입각해 행정 실무를 맡아 경험을 쌓으면 된다.

 

- 안철수는 살아 있는 성자+유능한 CEO. 정계에 진출만 한다면 테크니션 출신 중에선 유례없는 대중적 지지도 획득 가능. IT시대에 적절한 리더십. 약점은 정치판이라는 곳이 발만 디뎠다 하면 똥물 뒤집어 씌우는 게 일상다반사라 작은 흠결만으로도 치명타 맞을 수도.

 

 

2.

딴나라당 대선은 보나마나.

박근혜 대세론으로 가다가 여의치 않으면 홍준표나 오세훈, 김문수로 바람을 일으키려 할 것.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  지지해볼 만한 자는 없음.

 

2002년 이후 미국 대선이든 우리나라 대선이든 승부는 경선에서 갈렸음. 경선 때 전국적 이벤트 못만들면 대선은 하나마나. 이벤트가 되려면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데 정동영은 현재 정치 지형-지역구도 상 비빌 언덕이 없음.(그러게 참여정부 때 잘 좀 하지... 쯧) 80년 광주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당분간 호남엔 인물이 없음.

 

혁명없이 개혁다운 개혁 해볼 만한 인물 로드맵은 대략 이러함. 10여년 이후의 정치 지도자 깜은 나보다 어린 세대들이 골라줄 것임.

 

 

3.

한국 대통령 및 정치인 평균연령, 짜증나게 높음. 박정희 처음 집권할 때 46세였음. 정치인이 늙으면 나라에 활력이 사라짐. 50세 대통령+3~40대 비서진. 40~50대 장관. 이렇게 가는 게 적당함.

 

60대 이상은 은퇴해서 골프나 치고 낚시나 다니시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될 것임. 실버산업 육성하고 얼마나 좋아.

현재 대한민국의 정체는 구조적으로 말하자면 늙은이들이 은퇴를 두려워하고 386은 안주해버리는 바람에 청년층이 기회를 못 얻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음.

 

 

4.

따라서 친노그룹은 친노신당 창당으로 가는 게 옳은 길. 분열이다 뭐다 하지만 분열 없이 지지층 확대는 없음.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 게 아니라 주적개념이 모호해서 망하는 게 맞음.

관심을 못받으면 팔리지 않고, 정치에 있어 안 팔린다 함은 지지층의 소멸을 뜻함. 빠돌이를 만들 만한 변별성이 없으면 지지층은 발생하지도 않음.

 

따라서 관심을 받으려면 싸워야 함. 싸우려면 포지션이 서로 달라야 함. 호남의 구 민주당 지지층과 유시민류의 친노-영남개혁파(?)는 충분히 포지션을 차별화 할 수 있음. 이는 분열이 아니라 지지층의 확대를 위해 필요한 일.

 

민주당 간판 걸고 영남을 쪼개는 건 절대 불가능. 이건 상식. 지역감정은 없앨 수 있는 게 아님.

 

반한나라당 세력으로써도 친노그룹이 영남을 쪼개며 독자세력화 한 후,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이벤트를 벌이는 게 적절한 선택임. 말하자면 소연정.

 

다소 급진적인 순혈 진보주의자들은 이 과정에서 그나마 가까운 친노그룹과 협력하는 쪽이 지지층 확대에 효율적임을 깨달아야 함. 그러나 그럴 리는 없을 듯. 몇몇의 하는 꼴을 보아하니 노통의 서러운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이 없는 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