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2일 토요일

전야

1.

최초 나의 참여 목적은, 진짜를 더 가까이서 관찰하고자 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시선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잊은 채, 이기고자 하는 욕망에 가득 차 있다. 정말 이기고 싶다.

 

 

2.

대중심리 조작 전문가들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에 그들이 일부라도 나선 모양이다. 다행이다. 정치는 많은 좋은 상품들이 적절한 마케팅의 기회를 얻지 못해 사라지고 마는 시장이다. 노무현이 죽음으로 독려한 덕분에 아마도, 전국 곳곳에서 좋은 사람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꽤나 많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물론 기회라고 생각하고 덤벼든 파리떼도 제법 있을 것이다마는 어쩔 수가 없다. 옥석을 모두 가려내기엔 상황이 급박하다.

 

 

3.

한나라당의 패배 만큼이나 노무현의 승리도 필요하다. 이는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의 죽음을 주도하거나 적어도 관망했다. 일이 일이니 만큼,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그 상황을 방조하거나 관망해서는 안 되었다. 따라서 얼마간 애꿎은 피해자가 되더라도 불평해선 곤란하다.

 

저들은 씻기 어려운 죄를 지었다. 이 죄를 보는 관점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유대인을 보는 중세 유럽인의 시각과 닮았다. 600만을 잡아 죽일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번 죄를 지은 자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 저들은 다시 나기 어려운 강한 영혼을 끝내 꺾었다. 벌을 받아야 한다. 혹시 이 징죄의 과정에 휘말려 다소간의 피해를 입는 이들도 감수해야 한다. 모두가 죄인이다.(신해철 씨는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나. 당신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직도 조용히 있으면 안 되지.) 우리에겐 시끄럽게 떠들 권리가 있다.

 

 

4.

노무현의 승리는, 사람에겐 언제나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파괴는 언제나 또다른 창조의 시작이지만, 그 파괴와 창조 사이의 시간차는 작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희망은 창조의 동력이 된다.

내겐 이번 선거가 그를 해친 자들을 벌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그가 이루고자 했던 계획들을 좀더 진행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욕심이 있다. 그는 계획을 길게 잡는 사람이었다. 많은 계획의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고, 그의 사람들이 그것들을 상당 부분 복원해내고 또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5.

내 힘은 오직 1/n 뿐이다. 이걸 잊으면 조급해지고 오만해진다. 판단을 그르친다. 판단력을 잃은 시선으로 사물을 제대로 볼 수는 없는 게 당연하다. 우리가 이길 것이다. 그가 헛죽었을 리 없다.

 

 

댓글 4개:

  1. @키다링 - 2010/05/24 00:58
    관리도 못하고 있는 블로그를 키다링님은 꾸준히 찾아주시는군요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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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무고하신지요.. 오늘만은 흔적을 남깁니다...

    답답함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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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가령가량 - 2010/05/24 20:46
    (헛 첨 뵙는 닉네임;)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능력과 경험의 부족을 절감하는 날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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