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5일 수요일

조세희와 조세희

 

네이버 인물검색에서 '조세희'를 찾은 결과다.

전직 가수이자 레이싱 모델인 아름다운 여인의 사진 옆에 코딱지만하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국 소설 <난쏘공>의 저자 사진이 올라 있다.

조금쯤 씁쓸하다.

 

딴지 "[논픽션] 가출소녀들과의 동거 - 1화" 기사에 부쳐.

"[논픽션] 가출소녀들과의 동거 - 1화" 기사에 부쳐. 

딴지일보, 신상 공개를 원치 않는 어느 먹물

 

 

- 이런 얘기, 이렇게까지 다룰 수 있는 건 내가 아는 한 딴지뿐.

 

- "내가 더러워?"

뭐라고 답해야 할까... '아냐, 너희는 더럽지 않아.'라고 말해준들 이 아이들에게 씌워질 평생의 굴레가 깃털만큼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나.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100만의 매춘인력은 이렇게 공급된다. 10년째 '노가다' 일당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처럼 매매춘의 대가 또한 별반 변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통계가 있는데, 세계 여러 나라의 '화대'는 그 나라 노가다 일당, 그리고 구두 한 켤레의 가격과 같다고 한다.

 

- 설사 얘들이 맘 잡고 '정상인'의 생활로 복귀한다 해도 결국 얻을 수 있는 직업이란 외국인 노동자들과 임금경쟁 해야하는 3D직종 뿐. 이런 아이들에게서 신자유주의 시대를 견뎌낼 어떤 번뜩이는 '재능'을 요구할 수 있을까.

 

- 또 이런 아이들이 '정상인'의 모럴을 회복하는 건 어쩌면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다. 얘들이 시집이라도 가서 남편에게 자신이 원조교제하던 가출 청소년이었음을 밝힌다면 그 사실을 감당해낼 수 있는 남편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이냐. 밝히지 않는다면 평생 지고가야 할 그 마음의 짐은 누구를 문책해야 할까.

 

- 이런 아이들을 찍은 '아마추어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 이런 아이들 둘을 '데리고 산' 어떤 싸이코가 찍은 걸로 추정된다. 그 새끼는 걔들에게 최소한 밥은 먹였을 텐데, 밥값을 그들만의 기묘한 방식으로 치른 그 아이들에게 "창녀가 되더라도 건강한 창녀가 되거라"는 것 외에 나는 감히 해줄 말을 못 찾겠다.

 

- 댓글 가운데 한 번 보고 말기엔 아까운 글이 있다. 김영하의 소설 <비상구>를 생각나게 하는 명문이다. 빌어먹을 딴지는 댓글은 따로 링크를 걸 수가 없어 기사를 보고 난 후 댓글 중에서 찾아 볼 수밖에 없다. 제목은 "우리가 먹물을 대하는 방법"이다.

 

 

KBS <미녀들의 수다> 지난 방송을 보다가.

1. 한국 상인들, 서비스가 좋다?

-> 더 엄밀하게는, "돈 주고 받는 서비스가 좋다"라고 해야 맞다.

"소비자가 왕이다"라는 소비자주권주의는 반대로 "소비할 수 없는 자는 개천민이다"라는 말이 된다. 소비라는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시스템은 당연히 소수에게만 우호적이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온 계집애들이 한국의 서비스업을 상찬하며 자국의 '불친절한' 업자들을 폄훼할 때면, 그 '3차산업'의 노동자들에게 강요되는 '친절이라는 굴욕'을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택배가 하루만에 배송되고 편의점이 24시간 문을 여는 한국적인 '친절'의 이면에 최저생계비나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다는 걸 그녀들은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그녀들이 간혹 자랑스레 말하는 자국의 긴 휴가나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이 어떤 이들에게는 결코 보장되지 않는데.

나는 아직도 돈을 내고 어떤 봉사를 받는 것에 도무지 익숙해지질 못 한다.

 

 

2. 연예인의 봉사활동에 대하여(조민기가 출연한 편에서 단상)

-> 사람들에게는 묘한 편견이 있다. 한국인에 국한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연예인이 막 떴을 때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뜨니까 쇼한다"고 한다. 아직 못 뜬 연예인이 하면 "뜰려고 쇼한다"고 한다. 떴다가 지고 나서 하면 "다시 뜰려고 쇼한다"고 한다. 결국 죄다 '쇼'라는 거다. 이래서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진정성'을 이해받기가 이토록 고되다. 김장훈쯤은 해줘야, 즉 본인은 전세 살면서 수십억쯤은 기부해줘야 겨우 쫌 하는갑다- 한다. 그래도 만약 김장훈 같은 이가 정치라도 할라 치면 "아 그동안 정치하려고 쇼했구나"할 거다. 그러니 결국 국회에 백로는 얼씬을 못하고 까마귀만 드글댄다.

정치가 좃같아서 혐오하는 게 아니라, 혐오하기 위해 정치가 줄곧 좃같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좃같은 경우가 다 있나.

2009년 7월 12일 일요일

MBC스페셜 '노무현이라는 사람'

MBC스페셜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방금 다시 보았습니다.

 

그분의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서 한동안 피해다니다가 결국 다시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소리내어 엉엉 우는 제 꼴이 참 궁상맞다 생각하면서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몇년 동안 한 번도 그분을 마음에서 놓아본 적이 없었는데,

제가 알고 있는 진실을 알릴 수 있는 데까지 알려 보려고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는데,

역부족이었습니다.

이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큐를 보다가 모르던 사실을 하나 알았습니다.

봉하마을 노짱의 집무실은 부엉이 바위가 곧바로 바라다 보이는 곳이더군요.

검찰(과 그 뒤에 줄선 흉흉한 민심들...)의 압박을 그곳에서 홀로 견디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어쩌면 젊은 시절에 벌써 그는 그 바위 위에서 생과 사를 고민한 적이 있었더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당연스레 잊혀갑니다.

이 잊힘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2009년 7월 11일 토요일

차기 대선 후보.

1.

2012년 유시민 지지 확정. 승부는 경선에서 난다.

 

2017년(또는 개헌 여부 따라 2016년) 안희정 또는 안철수.

- 변수는 1) 안희정의 대중인지도가 어디까지 올라가느냐, 2) 안철수의 행정경험(+성과)가 얼마나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인가.

 

- 안희정은 잘 생긴 젊은 정치인. 논변 좋고 철학 좋고. 충청 출신이라 지역감정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게 강점인 동시에 약점. 인지도가 낮아 지지층이 얇다. "무능하고 말 많은 386"이라는 프로퍼갠더에 함몰될 위험 있다. 차기 유시민이 집권하면 곧바로 입각해 행정 실무를 맡아 경험을 쌓으면 된다.

 

- 안철수는 살아 있는 성자+유능한 CEO. 정계에 진출만 한다면 테크니션 출신 중에선 유례없는 대중적 지지도 획득 가능. IT시대에 적절한 리더십. 약점은 정치판이라는 곳이 발만 디뎠다 하면 똥물 뒤집어 씌우는 게 일상다반사라 작은 흠결만으로도 치명타 맞을 수도.

 

 

2.

딴나라당 대선은 보나마나.

박근혜 대세론으로 가다가 여의치 않으면 홍준표나 오세훈, 김문수로 바람을 일으키려 할 것.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  지지해볼 만한 자는 없음.

 

2002년 이후 미국 대선이든 우리나라 대선이든 승부는 경선에서 갈렸음. 경선 때 전국적 이벤트 못만들면 대선은 하나마나. 이벤트가 되려면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데 정동영은 현재 정치 지형-지역구도 상 비빌 언덕이 없음.(그러게 참여정부 때 잘 좀 하지... 쯧) 80년 광주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당분간 호남엔 인물이 없음.

 

혁명없이 개혁다운 개혁 해볼 만한 인물 로드맵은 대략 이러함. 10여년 이후의 정치 지도자 깜은 나보다 어린 세대들이 골라줄 것임.

 

 

3.

한국 대통령 및 정치인 평균연령, 짜증나게 높음. 박정희 처음 집권할 때 46세였음. 정치인이 늙으면 나라에 활력이 사라짐. 50세 대통령+3~40대 비서진. 40~50대 장관. 이렇게 가는 게 적당함.

 

60대 이상은 은퇴해서 골프나 치고 낚시나 다니시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될 것임. 실버산업 육성하고 얼마나 좋아.

현재 대한민국의 정체는 구조적으로 말하자면 늙은이들이 은퇴를 두려워하고 386은 안주해버리는 바람에 청년층이 기회를 못 얻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음.

 

 

4.

따라서 친노그룹은 친노신당 창당으로 가는 게 옳은 길. 분열이다 뭐다 하지만 분열 없이 지지층 확대는 없음.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 게 아니라 주적개념이 모호해서 망하는 게 맞음.

관심을 못받으면 팔리지 않고, 정치에 있어 안 팔린다 함은 지지층의 소멸을 뜻함. 빠돌이를 만들 만한 변별성이 없으면 지지층은 발생하지도 않음.

 

따라서 관심을 받으려면 싸워야 함. 싸우려면 포지션이 서로 달라야 함. 호남의 구 민주당 지지층과 유시민류의 친노-영남개혁파(?)는 충분히 포지션을 차별화 할 수 있음. 이는 분열이 아니라 지지층의 확대를 위해 필요한 일.

 

민주당 간판 걸고 영남을 쪼개는 건 절대 불가능. 이건 상식. 지역감정은 없앨 수 있는 게 아님.

 

반한나라당 세력으로써도 친노그룹이 영남을 쪼개며 독자세력화 한 후,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이벤트를 벌이는 게 적절한 선택임. 말하자면 소연정.

 

다소 급진적인 순혈 진보주의자들은 이 과정에서 그나마 가까운 친노그룹과 협력하는 쪽이 지지층 확대에 효율적임을 깨달아야 함. 그러나 그럴 리는 없을 듯. 몇몇의 하는 꼴을 보아하니 노통의 서러운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이 없는 듯함...

 

 

 

2009년 7월 9일 목요일

지식인의 역할

칼럼니스트의 역할, 미디어의 역할, 멘토의 역할, 뭐라고 부르던 대중이 지식계급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예언(Oracle). 저 고대 주술사회로부터 현대라 불리는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물질 생산에서 열외받고 때로 특권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은 오로지 그들이 미래를 내다보며 통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신의 계시에 의한 것이건 과학적 연구방법론에 의한 것이건 간에 말이다. 온고이지신, 과거를 익혀 결국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비가 올 때를 예측하지 못하는 기우사는 불태워져야 한다.

 

그런고로 미래를 예측불가능한 혼돈 속에 내버려둔 채 함께 관찰하고자 하는 시선은 환영받지 않는다. 이 첨단의 과학시대에도 여전히 미신이 횡행하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대중은 언제고 그들의 주술사를 찢어죽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죽음이 두려워 예언을 내놓지 않는 주술사들이 세상에 너무 많아졌다. 그러니 누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겠는가.

2009년 7월 7일 화요일

미수다 메모. 20090707

미수다 메모.

 

- 한국인 다 됐다. 사실상 한국인이다. 좋은 감수성이다.

 

- 그들이 "한국인은 이러이러 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대로 뒤집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디선가는 상식인 것이 또 다른 어디선가는 전혀 상식이 아닐 수 있고, 이는 비상식, 몰상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 납량 특집 따위,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특히 정말로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던가 그것을 보았다고 증언하는 이들은 법정에서도 똑같이 증언할 각오하고 발언해야 할 것. 흥미거리에 그치는 것이야 탓할 바 아니지만 이런 식의 비합리적 가치관의 재생산은 위험하다. 연예인들, TV에서 정치적, 종교적 견해 밝히는 것에는 그리도 몸사리면서 과학을 모욕하는 데에는 태연자약하다. 문화가 바뀌어가는 듯 하더니 도로 이 모양이다.

 

※ 가위눌림 따위를 자신의 심약함 탓이 아니라 외부의 어떤 작용의 결과로 보는 건 "나 얼간이요." 하는 것과 같다.

 

- 연예인 패널들, 아싸리 중년 연예인들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미녀'들이 한국의 20대 여성 감수성에 너무 잘 적응해버린 나머지 특유의 '시각 차이'는 둔해진 반면 중년 패널들과는 전혀 공감, 소통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녀들의 입을 빌려 우리 시대의 중년들과 대화함으로써 우리 내부의 소통 채널을 하나 더 늘려보는 건 어떨까.

검찰을 진정 정치적으로 독립시키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검찰을 진정 정치적으로 독립시키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 언론 보도시 검찰 이름을 내건다. "오늘 ㅇㅇㅇ 검사는 범죄사실을 포착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형식. 스포츠 스타, 연예인, 의회 스타도 있는데 왜 검찰, 의사 등은 안되나?
(그나마 의사는 어느정도 가능) 공직자의 공명심을 자극하면 공정성을 잃는다?

 

No. 인맥은 대중화되었다. 어찌보면 가장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연예인일지도. 어딜 가나 사람들이 주목하기 마련이니까. 사생활은 더 은밀해지고 집밖에선 지극히 건전하게. 은밀한 사생활이라봐야 자기검열에 막히겠지만.

 

검사는 행정부 소속이면서도 사실상 하나하나가 독립기관으로 기능한다고 한다. ㅇ검사와 ㄴ검사의 정치적 견해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이 다름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권장되어야 하며, 이로써 그들의 명예욕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비뚤어진 권력욕보다는 엉큼한 공명심 쪽이 건전하다.

 

무엇무엇을 금지하는 방식은 언제나 더 많은 부작용을 낳음. 무엇무엇을 독려하고 상찬함으로써 유사한 행위들을 이끌어내는 쪽이 항상 비용 대 효율이 좋음.

2009년 7월 3일 금요일

DJ 오래오래 사시라.

1.

혹시 민주당은 DJ의 서거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주당이 소위 '범진보진영'의 지지를 '한 큐'에 거두어들일 수 있는 이슈는 이것 말곤 없어 보인다.

한국의 비좁은 정치 공간 안에서는 이미 더 커질 공간이 없는 거인이자 '살아있는 전설'인 DJ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발언을 어떻게 한들 어떠한 정치적 임팩트도 이끌어낼 수가 없다. 바다에 한 컵의 물을 더한들 묽어질 리 없고, 한 사발의 소금을 더한들 더 짜질 리 없는 까닭이다.

 

 

2.

노짱이 즐겨봤다는 미드 <The West Wing>.

 

미드 <웨스트윙>을 보면, 치매'끼'와 노환에 시달려 오늘내일 하면서도 절대 사임은 하지 않는 어느 대법관의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의 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한번 임명되고 나면, 죽거나 탄핵되거나 혹은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절대로 교체되지 않는다. 그 임명의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으나, 반드시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미드 <웨스트윙>의 정치 지형은 녹록지 않다.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이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대통령은 새로운 대법관을 확실한 진보성향의 판사로 임명하고 싶다. 게다가 대통령의 지지율은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결국 대통령은 늙어 죽어가는 대법관에게 사임을 종용하게 된다. 자신의 임기 중에 대법관을 임명해야 진보 성향의 판사로 그 자리를 메꿀 수 있다고 본 까닭이다.

 

그런데 대법관은 20여년 전 카터 시절 임명된 진보적인 판사이다. 그는 자신의 죽을 날이 머지 않았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임하지 않고 끝내 버팀으로써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러한 미스테리는 에피소드 말미에 가서야 해소되는데, 자신이 사임해봤자 대통령이 결국 이도저도 아닌 인물을 그 자리에 채워넣을 수밖에 없음을, 즉 공화당이 견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허술한 인물을 새로운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밖에 없음을, 이 현명한 늙은이는 이미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회를 장악하지 못한 힘없는 대통령은 저 혼자서 아무리 좋은 인물을 세우고 싶어도, 그런 인물은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에서 결코 인준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늙은 대법관은 다시 무너져가는 몸을 이끌고 법원으로 돌아간다.

 

3. 

나는 DJ로부터 이 늙고 지쳤지만 꼬장꼬장한 대법관의 고독을 본다. 그의 집권 중 한때는 "그의 주변에 '인(人)의 장막'이 둘러쳐 있다"는 소문이 떠돌곤 했다. 조중동의 쑤석임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의심하면서도, 어쨌거나 그의 추종자를 자칭하던 이들조차 그에게 등을 보였다. 집권 말기 아들 비리가 터지자 등돌려버린 이들이, 지금은 그의 후계자를 참칭하며 현재 민주당의 주류가 되어 있는 것이다. 호남 민심은 아직도 DJ의 발언에 민감한데, 정작 DJ가 그토록 애착하던 민주당에 속한 의원 나리들은 진작 DJ의 그늘로부터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노짱의 영결실에서 오열하는 김대중

 

나는 이러한 점, 즉 'DJ의 노환'이 어쩌면 세칭 '친노그룹'으로 하여금 신당 창당의 노선을 망설이게 하는 몇몇 이유 가운데 큼직한 하나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나라의 자랑인 어르신의 서거를 가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아프고 또 망측한 소리지만, 그럼에도 예측은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나이 83세, 그의 건강은 신문 헤드라인에 언제 부고가 떠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 아닌가...

 

가장 바람직한 건 그가 앞으로도 10여년은 더 정정하게 생존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호남의 민심과 '친노그룹' 사이의 유대를 더 확실하게 복원해주고 떠나기를, 나는 희망한다.

MB의 임기 중 그가 세상을 떠나버리면 엉뚱하게도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시대정신은 방향성을 상실할 것이며, 나아가 엉뚱하게도 친노그룹이 정치적으로 위축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친노의 궤멸은 영남을 그대로 딴나라에 헌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며, 어떻게든 영남을 포섭하지 못한 채 차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필패할 것이란 예측에 그리 대단한 통찰은 필요치 않다.

 

 

※ 이 포스팅을 올린 바로 다음날(7.3) DJ는 "노무현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말라"(오마이뉴스)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 영결식 때 하지 못한 추도문을 공개했다. 이는 딴지의 김어준이 평한 것처럼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분열과 상처를 일거에 치유하고 다시 하나로 정서적 통합시킨, 절대 순간"의 연장선 위에 있다. (관련기사)

 

※ 2009. 7.6 일부 수정.

2009년 7월 1일 수요일

5만원권 신사임당 왜 박근혜를 닮았을까

1.

나는 박근혜가 싫다. 그가 나로부터 특별히 더 미움을 받아야 할 정치적 행위를 한 기억은 없다. 미움받을 짓이 아예 없었다기 보단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특별히 더' 미움받을 일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그리 싫은고 하니,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바로 그 점이다. 지난 대선, "열차 페리 구상"이라는, '애매 오묘한' 공약을 내놓은 것을 제외하면 그네를 상징하는 어떤 정치적 행위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네는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필요한 몇몇 'veto' 행위에만 적극적으로 나섰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이의 지지율은 가장 높다. 최근 기득권 세력에게 쏟아지는 온갖 악재에도 흔들림 없이 국민의 약 30%가 그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그네가 좀 더 적극적으로 비토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마침 최근 새로이 발행된 5만원권 지폐에 등장한 신사임당이 정말 '우연찮게도' 박근혜를 쏙 빼닮았다. 나는 그게 정말 우연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를 두고 닮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안과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어도 이 사람들 만큼은 닮았다.

이형철과 조지 클루니


     

위의 신사임당 표준영정은 박정희 시절 이당 김은호에 의해 그려진 작품을 그의 제자 이종상이 이번에 다시 그린 것이다. 이 작품과 5천원 구권(舊卷)에 새겨진 율곡 이이 영정을 이당이 그렸고, 신권 5천원도 이종상이 다시 그렸다.

이당에겐 친일 부역의 혐의가 있어 신권 발행 즈음에, 또 그리고 이번 화폐인물 선정 때 다시 논란이 일었지만,(관련기사)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한 채 그대로 5만원권 지폐에 들어갔다. 

 

2.

그런데 사진 한 장 남길 수 없었던 옛날옛적 세상을 떠난 성현들의 초상은 대체 무슨 근거로 그려진 걸까? (참고자료) 

   

우리나라 '위인'들에게는 초상화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몇번의 큰 전란 사이에 많이 유실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성현들께선 어쩌면 초상화 따위로 남겨지는 것을 마뜩찮게 여겼을 수도 있다. 유학은 본디 삿된(邪) 것들을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학문이었으므로.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선조 초상화의 화풍은 매우 객관적이었다. 못생겼으면 못생기게 그렸다. (관련기사) 

   

 

3.

따라서 나는 이당이 육영수를 모델로 신사임당을 그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녀의 백성'들을 위했던 그분의 따뜻한 마음에 대한 증언들이 꽤 여럿 남아 있는 것에 비추어 미루어 볼 때, 당시 육 여사가 매우 사랑받던 영부인이었음은 분명하다. 어쩌면 이당은, 어떤 의혹을 품어볼 만한 유별난 이유가 없었다 할지라도, 육 여사를 신사임당 표준영정의 모델로 삼았을 수 있다.

 

동시대 가장 명망 있는 여성의 얼굴을 빼다박은 영정을 그려놓고 "전혀 참조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오히려 어처구니 없지 않겠나.

 

신사임당 표준영정과 故 육영수 여사

    

욕먹어야 할 자는 조강지처를 두고 '젊은 년들'과 놀아나다 총 맞아 죽은 그녀의 남편이지 그분께 무슨 죄가 있으랴. 그녀의 비극적 죽음에 어떤 비정한 사연이 더 숨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며, 그분께는 아직까지 아무런 유감이 없다. (그러나 당신께서 떠나신 후 따님은 좀 잘못 자라난 모양이다.)

 

 

4. 

이러한 넘겨짚기 끝에 나는 대략 이러한 결론을 내려둔다.

 

 

a. 신사임당 영정은 육영수 여사를 모델로 그려졌다.

 

b. 이종상의 작품은 스승 김은호의 화풍을 닮는다.

 

c. 육영수 여사와 박근헤는 모녀 사이. 당연히 서로 닮았다.

    따라서 5만원권의 신사임당과 박근혜는 서로 닮게 된다.

 

이런 거다. 

 

 

여기서 내가 굳이 딴지를 걸고 싶은 지점은, 가장 지지도가 높았던 독립영웅인 김구를 제쳐두고 어쩌다 신사임당이 새로운 화폐인물로 선정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나는 적어도 세 가지의 '음모설'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1) 차기 대선 땅고르기 작업, 박근혜 띄우기?

 

박근혜가 입은 후광은 위대한 독재자 박정희의 것만이 아니다. 결혼도 한 적 없고 아이도 낳아본 적 없는 그가 육 여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엉뚱하게도 현모양처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는 현실이 있다.

 

한때 그는 '철의 여인' 대처의 이미지를 도용하려 하기도 했는데, 이건 별 재미를 못봤다. 대처의 실각 이래 영국 보수당이 거진 20년을 야당으로 지내야 했다는 점과, 또 무엇보다 한국인은 외국 정치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캠페인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튼 이런 그의 얼굴이 최고급 화폐에서 날마다 우리 눈에 띄게 되면 그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면 올라가지 내려갈 일은 없지 않겠나. 누구도 최고액권에 침을 뱉거나 찢어버리려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해볼만한 담대한 캠페인이다.

   

 

2) 10만원권에는 백범 김구의 초상을! ...응?

 

상상해보라. 한두 해가 지나고 또 다시 10만원권 발행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화폐 인물로 백범이 거론된다면? 아마 고액권 발행에 대한 저항은 지금보다 훨씬 덜할 것이다. 기득권의 무리들이 언제나 고액권의 발행을 환영해왔다는 사실과 그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으므로 따로 부연하지 않는다.

다만, 10만원권이 나와야 할 때쯤이면 차라리 0단위 하나를 절삭하는 화폐개혁을 한번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비밀금고의 검은 돈, 지폐뭉텅이들이 은행을 한번씩 거쳐야 하는 화폐개혁은 분명 저들이 반기지 않겠지만.

   

 

3) 대한민국은 아직도 양반, 즉 귀족 세력이 지배한다.

 

우리는 얼마전 서민 출신의 영웅 노무현을 잃었다. 김구 또한 평민 출신이다. 어째 현재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모델은 죄다 양반이고, 이씨(李氏)들이다. 세종대왕도 이씨, 이이, 이순신, 이황, 거기다 마침내 이씨의 부인이자 이씨의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까지. 이건 뭐 이씨 종친회에서 발행하는 상품권도 아니고... 어쩌면 소중한 화폐에 평민의 얼굴이 들어가는 것을 견딜 수 없는 힘센 사람들이 로비 활동이라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의심마저 든다.

 

평민 영웅의 얼굴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 치고 화폐에 조국 독립의 영웅 초상이 들어가지 않은 나라가 없다. 우리를 제하면 말이다. 조국 독립의 영웅을 이토록 푸대접하는 이유가 나는 매우 궁금하지만, 이 또한 굳이 캐내지 않아도 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