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30일 수요일

길냥이 먹이 주기

사진출처

 

길에서 사는 고양이의 애칭을 '길냥이'라 하는 모양이다. 이는 전래의 이름 '도둑 고양이'를 대체해나가고 있다. 음식을 밖에 내놓는 일이 줄어든 요즘에 그들을 도둑이라 부르긴 억울한 면이 있다.

 

언제부턴가 사람이 세운 도시 곳곳에 그들의 생태계가 열렸다. 특히 서울이란 도시엔 어지간해선 풀 한 포기까지 사람의 손에 비롯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들 또한 오늘에 와서는 사람에 비롯했다고 봐야 한다.

이 땅에서 동물 애완의 전통은 꽤 오랜 편이지만, 이 또한 '서구화' 되기로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는 독신남, 독신녀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독신이란 식구 없이 혼자 사는 남녀를 뜻한다. 때로 잔존한 대가족 관계에서는 출가하지 않은 성년의 자녀들이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성년이 되면 독립한다'는 서구의 룰이 '혈연은 특별하다'는 우리의 룰과 아직 상생하는 까닭이다.

 

소위 '결혼적령기'가 최근 십수년 사이에 20대 중반에서 30대초까지 상승한 것은 다시 말해, 평균적인 독신의 기간이 연장되었음을 뜻하고, 이는 그만큼 그 사회를 흐르는 외로움의 양이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수요의 증가는 반드시 공급을 초래하므로, 외로움을 해소할 방법으로써 동물애완이 도입된다. 그리고 그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어난다.

 

개의 경우, 아직 식육의 전통이 남아 있고 집단 사냥을 하는 개의 습성상 도시에서의 먹이활동이 어렵다. 따라서 살아남기도 어렵다. 그러나 고양이는 알려진 바와 같이 잘 길들여지지 않는, 스스로 사냥하는 짐승이다. 그러고보면 서울의 밤거리에서 쥐를 본 지 꽤 오랜 듯하다.

 

쥐는 전염병과 깊은 관련이 있고 인간의 도시에 극히 잘 적응한다. 그런데 어느새 음식물 쓰레기는 분리수거 시스템이 구축되었고(먹이 감소), 거리 곳곳엔 굶주린 고양이들이 풀려났다.(포식자 증가) 쥐들도 살아남기 참 팍팍해졌다. 길냥이들의 공이 크다고 본다.

 

도시가 길냥이에게 친절해질수록 사람에게도 이롭다.

 

 

 

 

2010년 6월 29일 화요일

시간당 15원 더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최저임금 '현실화'입니다."

 

이제야 드디어 노동계가 설득력 있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네.

 

 

처음 한국에 '알바'란 말이 도입될 때 이 말은 마치 사소한 용돈벌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위장되었다. 이 말의 어원은 독일어 'arbeiten'으로 그냥 '일하다'라는 뜻이다. '직장'과 '알바'를 굳이 구분짓는 것에서 비정규직-알바에 대한 최저임금 착취가 시작된다.

 


산업화 시대의 직장은 평생직장, 즉 생업으로 보장되었지만 오늘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소위 'IMF 시대'를 거치며 노동계가 경영계의 구조조정 담론에 밀려 불안한 고용 정책을 수용해준 까닭에, 이제 기초생활 수준을 보장할 제도는 최저임금 밖에 안 남았다. 마땅히 현실화 해야 한다.

 

 

최저임금 현실화야말로 소상공인에게까지 국부가 분배될 수 있게끔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삼성이 아무리 수출을 많이 하고 무역에 흑자가 난다고 해도 당신의 생활에 전혀 실감이 없다면, 그것도 결국 최저임금의 문제다.


자영업 비중이 너무 높아져서 동네 구멍가게 사장님들도 많아졌다.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장님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이 이 새로운 '구조조정'에 동참해야 한다. 결국 PC방 알바가 동네 당구장 가서 돈 쓰고, 편의점 알바가 동네 호프집 먹여살리는 거다.

 


시장이 있고 기업이 있는 나라 치고 최저임금 협상이 조용하게 끝나는 나라가 없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노동계의 건투를 바란다.

 

2010년 6월 28일 월요일

월드컵 단상

 

일본이 파라과이에 이기지 못하길 바라고 있다.

 

이미 16강이므로, 이기지 못하길 바라는 마음은 곧 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이 지길 바라는 마음- 이건 시샘하는 마음이다.

파라과이가 승리하길 응원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이 패배하길 염원한다는 건,

역시 좀 치졸하지 않나.

 

솔직히 '원정 16강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그들이 먼저인 것이 순리 아닐까 싶은데-.

(한국 선수들이 돈 받고 일본에서 뛰는 경우는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치졸함을 숨겨두지 못하게 하는 뭔가가 그들과 우리 사이엔 있다.

 

2010년 6월 3일 목요일

미식보단 호색

미식보단 호색이 낫다.

 

호색은 적어도 다른 것을 죽여 즐거움을 찾지는 않는다.

젊은 사자들

원래 숫사자들은 나와바리 안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면 잉여가 되고 만다. 가장 우수한 유전자만이 가치 있는 수컷의 운명이라고 하겠다.

 

유시민은 젊은 숫사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것 같다. 원래 수컷들이란, 말 많고 똑똑한 동료를 증오한다. 특히 그 수컷이 그닥 대단한 희생을 치른 바 없음에도 번지르한 외모 덕에 예상 밖의 지지를 얻고 있다면.

 

수컷들이 지지할 수 있는 수컷이란 오직 두 종류 뿐이다. 나를 지배하는 권력자이거나, 어떤 형태로든 동지로 납득할 수 있는 자. 유시민은 젊은 수컷들을 승복시키지도, 영도하지도 못했다. 그의 이미지는 마초보다는 페미니스트, 터프가이 보다는 인텔리다. 어느쪽이나 수컷들은 지지하기 보단 혐오하는 이미지다...

 

과연 그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을까...

 

2010년 6월 2일 수요일

낙관주의

성선설을 믿는다는 건 본질적으로 환경결정론자라는 뜻이다. 환경결정론자들은 구조주의를 통해 세계를 해석했고, 지옥은 필연이 아니라는 희망을 생산해냈다. 이것은 하나의 슬로건으로 요약될 수 있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해보면, 어느쪽인지 대략 가늠이 잡힌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다(선의로 세계를 해석한다)-고 믿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노무현의 자결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이 나라에서 정치운동을 통해 뭔가를 시도하기는 틀렸다는 뜻이 될 것이다. 뭐, 이미 그렇진 않은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