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1일 목요일

촛불시위 귀칞다. 그냥 혁명하자.

종일 광장에 앉아 있다 추워서 그냥 들어왔다. 으슬으슬하다.

우리나라 시민 정말 문화적이다. 세계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울 만하다.

그런데 시발, 그 뿐이다.

 

나도 평화 참 좋아한다. 비폭력 운동? 내 정치성향은 간디 바로 옆이다.

그런데 오늘 보니, 정말 이건 아니다.

 

먼저 집회 준비에 여러모로 수고 많으셨던 것으로 보이는 노조 여러분들. 정말 애 많이 쓰셨다.

그런데 집회의 아젠다가 너무 분산된다. 군중을 움직이려면 선언문은 세 줄이면 된다.

비극적 사례로 이것저것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대체 우리가 MB정부에게 원하는 게 뭔가?

민주주의를 살려내라고?

아, 뒈진 걸 어떻게 살려. 이미 뒈졌으면 어떻게 살리냐고.

 

지금 우리는 '살인의 현장'을 보고 있는 거다.

지금 어느 강도 새.끼가 선량한 시민을 칼로 찌르고 금품을 강탈하려고 하는데,

그 살인자에게 죽빵을 날리고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인가, 아니면 피해자가 칼 맞아 뒈진 다음 강도가 유유히 사라지면 경찰에 신고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거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뭔가?

 

 

나는 구체적으로, "MB의 즉각적인 하야와 국회의 해산" 및 "임시국회를 대신할 가칭 '국가비상사태대책 국민회의'의 결성"을 요구한다. 여기서 사법부, 조중동, 니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라. 일 좀 수습되고 나면 새로운 국회와 새로운 소비주권으로 박살을 내줄 테니.

비상국민회의의 주관으로 먼저 대선을 치르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개헌을 국민투표에 붙여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 7공화국을 출범시키는 것이다.

 

그래. 바로 혁명이다. 이 땅에서 단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던, 백성에 의한 혁명. '시민 혁명'!

 

요즘 세상에 무슨 혁명질이냐고 코웃음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나라 역사든 돌이켜 보라. 혁명 없이 수립된 민주 정부가 있었는가? 요즘 세상?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경제가 불안하다고? 그럼 MB한테 3년 고대로 맡겨두면 좋아질 것 같나? 간단히 말해 가능한 한 이른 시간 내에 MB와 그의 무리들이 경제에서 손 떼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이로운 거다. 이거 동의 못하면 촛불이 개뻘짓이란 얘기가 옳은 거고.

 

북한 땜시 안보가 불안하다고? 미국이 어젠가 그젠가 불가침 선언에 준하는 외교 제스쳐를 북한에 날렸다. 미국이 핵문제로 북 먼저 안 때리면 북이 남 도발할 이유가 없다. 남한에 혁명이 일어나건 말건 개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단 소리다. 최소한의 위협은 혁명이 나거나 말거나 국방에 충실할 국군이 알아서 막아준다. 나도 그러려고 군대 다녀왔고.

 

행정 공백? 지난 노통 영결식 기간 동안 실감 못했는가? 사실상 대한민국이 그 일주일동안 올스톱! 했다. 심지어 북핵조차 쌩깠다. 그래도 별 문제없이 잘 돌아갔다. 갑갑하도록 둔해서 그렇지 우리나라의 관료주의란 거,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혁명쯤 일어난다고 바로 휘청대지 않는다.

타겟-MB, 이 십새!-이 명확하니 공무원은 맡은 바 일상에만 충실하면 된다. 넉넉잡아 일주일이면 끝난다.

 

지금 모든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

대학교수들이 줄줄이 시국선언을 한다. 이 인간들 정작 필요할 땐 뭐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당장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인간들 뿐이다. 이 인간들마저 나서면 정부는 끝장난 거다. 4.19 때도 그랬고 6.10 때도 그랬다. 이들은 각 시민단체와 국회 대표단과 함께 비상대책 국민회의를 결성해 국회 권한을 대행할 능력이 있다. 이들은 정식으로 제7공화국의 국회, 즉 진정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할 총선이 실시될 때까지 국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고, 제7공화국 헌법을 준비할 대통령 선거를 주관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필요한 것은 시민이 몽둥이를 들고 일어나는 것 뿐이다.

구체적인 행동은 청와대에 들어가 MB를 체포해 인천공항으로 압송해 강제 출국시키는 거다.

이 가운데 어중간한 '타협'의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