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0일 토요일

적대적 대북 정책이 북핵 문제를 악화시키는 이유

적대적 대북 정책이 북핵 문제를 악화시키는 이유

http://beholder.textcube.com/97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알려지고 난 바로 다음날, 북한은 2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여기서, 북이 핵무기 개발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실험, 즉 무력시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상식적으로, 핵무기의 개발 및 실험준비는 최소 수주에서 수개월 전에 이미 완료되어 있었고, 단지 타이밍을 기다리던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자결이 하나의 판단 근거가 되었으리라고 보는 편이 비교적 타당할 것입니다.

또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집권기간 동안 북측에 제공된 '인도적 지원' 가운데 일부, 혹은 상당 부분이, 저 극우꼴통들과 여러 알바 제위께서 게거품 물어가며 주장하시는 바와 같이, 핵개발에 전용(轉用)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또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가설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로부터 도출된 '좌빨' 정권이 북핵 사태를 만들었다는 그들의 문제인식은, 명백히 틀렸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라고 하는 두 정부, 즉 10년에 걸친 민주정부가 북한에 지원을 하였든 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북이 언젠가는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였으리란 예상은 그리 큰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핵무기 기술 자체는 1940년대에, 즉 오늘날에 비해 과학기술력이 턱없이 모자랐던 시절에 이미 개발될 수 있었던 바, 상대적으로 높은 과학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낡은 기술입니다. 다만, NPT의 제제를 회피해가면서 진행해야 하는 연구와 실험 등 기술외적인 난관들이 몇 있었을 뿐입니다. 2차대전 시기 독일의 V2로켓 개발에 사용된 과학기술이 현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기술보다 첨단 기술이었다고 믿는 이가 있다면 그를 제정신이라 볼 수는 없겠지요.

 

따라서 그들의 핵무장은 조금 이르거나 늦거나 하는 '시간의 문제'였을 뿐입니다. 애당초 자금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말이지요. 특히 북한 인민뿐만 아니라 전체 지구 인류의 악몽과 같았던 조지 W. 부시의 그 8년간은, 북한의 기득권층으로 하여금 당분간 핵개발보다 더 나은 생존전략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해주었을 겁니다. 여기서 더 나은이라 함은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는 뜻으로, 이러한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전략 역시 효율성을 강조하는 전략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더하면 북한의 핵개발이 어째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인지 납득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뿐, 핵은 사실 남한과는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먼저 북한 경제 시스템 붕괴의 원인을 짚어보겠습니다.

 

첫째는 북한 인민의 지나친 민족주의입니다.

민족국가주의적 한계, 즉 전체주의는 인민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인민 내부의 다양성을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다양성의 감소는 혁신과 진보를 위한 필수 동력인 창의성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를 과학에서는 생물군의 종적 다양성 증가가 바로 그 생물군의 진화를 뜻한다고 설명하는, 진화론의 원리와 일치합니다. 다시 말해 더 많은 유전적 다양성이 생물개체로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대한 내성을 보장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해당 생물군의 생존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즉 다양성은 국가의 보험입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은 지극히 민족주의적 사고에 함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극우적입니다. 종북주의라 비판받곤 하는 민주노동당이 끝내 진보신당의 좌파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분열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극우와 극좌가 어찌 이념 정당 하나 안에서 공존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민족을 항상 개인의 자유에 우선한 북한의(그리고 우리의) 민족주의는 세계 정세의 급격한 변화라는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없게 함으로써 세계라 불리는 생태계에서 북한을 도태의 위험 속에 빠뜨리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북한 정치 시스템인 공산당 독재입니다.

심지어 최고권력이 세습되기까지 한 북한 고유의 전근대적 봉건성은 북한 인민의 자율과 창의를 억압해왔습니다. 인민 가운데서 똑똑한 놈을 뽑아 공산당에 입당케 하고 그 공산당이 권력을 모두 장악하는 공산당 독재 시스템은 역시 진화의 원리인 다양성 증가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것입니다. 양반 계급 가운데서도 사림이 권력을 독점했던 조선이, 당시 문명국 전부가 빠져든 산업혁명, 즉 부르쥬아 혁명에서 홀로 비켜서 있다가 졸지에 망국에 이르게 된 데에는 봉건주의 독재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입니다. 외부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 이른바 '운동권' 지도부의 봉건적 작태는 많은 내분의 불씨가 되었고 이는 아직까지도 일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봉건주의는 권력을 특정 계급이 독점하는 시스템을 만듭니다. 그리고 집중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며, 부패는 또다시 권력의 독점을 공고히 합니다. 이러한 부패한 권력의 악순환은 개별 인민의 자기개발 욕구를 현저히 떨어뜨림으로써 창의성의 발현 가능성을 낮춥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창의성이 감소한 조직과 다양성이 줄어든 생물군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멸망하고 멸종합니다. 그나마 북한이 여태 허덕이면서라도 붕괴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냉전시기 중국과 소련의 공산동맹 논리에 따른 대대적인 원조와, 남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자질의 지도층이 있어 부패를 상당부분 통제할 수 있었던 데 기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세계적으로 냉전논리와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던 시절에는 남한의 군사독재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안습하게나마 같은 방식으로 부패의 확산을 막아왔습니다.  소비에트의 붕괴와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이 이어지자 곧바로 북한이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이러한 사정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변했습니다. 극우꼴통님하들은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전체주의와 봉건주의, 이 두 가지 요소는 서로 맞물리면서 북한의 경제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누적시켜 왔습니다.

봉건주의와 전체주의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인 전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 과정을 생략한 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그리고 무제한 경쟁시대로 돌입한 현대의 세계 질서 안에서 봉건주의와 전체주의는 각각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인 시스템임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리고 공화주의와 자유주의가 함께 어우러지는 정치 시스템이 바로 민주주의인 것입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헌법에 적시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누적된 비효율성은 소련과 중국의 원조가 거의 끊어진 상태에서 국제자본의 대북 경제봉쇄를 맞이하자 북한의 내수시장마저 철저히 붕괴시키기에 이릅니다. 북한에서 대량 아사사태 난 게 언제쯤인지 기억하시겠지요.

석유나 금과 같은 환금성 천연자원이 거의 또는 전혀 산출되지 않는 북한이 주체사상, 즉 폐쇄적 지역경제 시스템을 선택한 데서부터 성공할 여지가 전혀 없었던 셈입니다.

 

여기까지는 자칭 보수인 극우꼴통님하들도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다음과 같은 순서로 “'좌빨' 정권이 북핵 사태를 만들었다 주장의 오류를 설명하겠습니다.

   

1. 남과 북 사이엔 소통이 부족했다.

2. 소통이 부족하면 오해가 쌓인다.

3. 오해가 쌓이면 불신이 커진다.

4. 불신이 커지면 갈등 해소의 비용이 증가한다.

5. MB정권은 남북간 소통의 끈을 끊어버림으로써 한반도의 전쟁위험을 높이고 있다.

 

 

1. 남과 북 사이엔 소통이 부족했다.  

DJ는 평생에 걸친 혼신의 노력으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노벨평화상은 이 노력에 대한 범 세계적인 인증 절차였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한나라당은 노벨상 로비를 운운하며 소위 대북송금 특검을 제기하였고, 이 때문에 남과 북의 소통은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이는 정권 초반부터 거부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둘 수 없었던 노무현의 외로운 결단이었다고 봅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다소 아쉽기는 해도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할 만한 치명적 가치 포기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더욱이 그러한 결단은 실책이라고 할 수도, 그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애당초 적극적인 지지층 없이 집권한 천출의 "노무현 때문"이라고도 하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의 지지층이 되려 하지 않은 그 '누군가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분께서는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지만요

 

어쨌거나 노무현은 과연 노무현이어서, 10.4공동선언을 통해 마침내 이 소통의 끈을 복구했습니다. 동시에,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지만, 6.29선언을 다소나마 보완도 해냈습니다. 더 이상 아무도 북의 도발에 전쟁 위협을 느끼지 않는 세상, 즉 상당한 수준의 평화가 도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봄날은 가고, 극우꼴통들이 덜컥 정권을 잡았습니다. 곧 소통의 끈은 아작나기 시작했습니다.

  

 

2. 소통이 부족하면 오해가 쌓인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의 대부분과, ㅈ갑제-ㅈ중동(5월 23일 이후 이 두 하등한 것들에게는 경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극우꼴통들, 즉 '안티-DJ', '안티-노무현주의자'들은 북한과의 소통을 절대로 거부합니다. 한국형 파시즘 논리의 도그마입니다. 그들은 "빨갱이"와는 절대 소통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정일은 상식과 대화가 통할 수 없는 미치광이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이른 시기에 김정일과 그를 따르는 악의 무리를 한반도에서 축출해내고 아울러 어쩌면 그곳의 굶주리는 인민들을 구출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에까지 불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통일이란 오로지 "주석궁에 땡크를 몰고 들어가야"만 그것을 통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며, 평화통일이란 공산당 합작의 궤변일 뿐, 북진통일론 외의 대안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소통의 부족에서 비롯한 '오해'일 뿐입니다.

 

그들이 제 마누라보다 더 사랑하는 저 악명 높은 '국가보안법'은, 이러한 소통을 그것의 크기와 형태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금지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법, 즉 악법(惡法)의 대명사입니다. 그럼에도 이 악법의 완화 또는 철폐에 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유는 이러한 오해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 즉 냉전적 사고방식의 원인을 짐작해보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것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합니다. 그들이 즐겨 들먹이는 '죽창'과 '인민재판'은 바로 그들의 "빨갱이"에 대한 집단공포증(massive-phobia)의 상징입니다. 이 공포증은 턱없이 과장됨으로써 대다수 선량한 보수에게조차 피해망상증과 과대망상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포는 항상 증오와 혐오를 낳습니다. 인간은 그 공포의 대상이 만만하다면 증오를,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면 혐오를 드러냅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서 소위 극좌와 극우가 서로를 증오하는 것과, 국민의 대다수가 정치 자체를 혐오하는 것에는 이러한 오해의 확대재생산 시스템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오해들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반란군-군사독재 정권의 잔당들과 그들에 결탁한 좆중동에게 물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 공포증이 악화되는 방향으로만 대중을 몰고 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오늘날 한국 사회 내부에서조차 그 갈등의 폭이 너무나 넓어져버렸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하기 위해선 한국전쟁 세대가 모두 죽든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라고 하는 매우 끔찍하고도, 비관적이며, 부정적인 미래전망의 가장 큰 근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북조선 인민의 미제국주의에 대한 격렬한 증오 역시 김일성 정권에 의해 상당 부분 조작되었으리라는 혐의가 큽니다. 이는 남한 국민의 김일성 부자와 공산주의, 즉 빨갱이에 대한 증오가 박-전으로 이어진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조작된 것과 다르지 않은 시스템입니다.

 

이는 기독교라는 종교와 맑스주의라는 이념의 상호적대적 역사에서도 드러나 있습니다. 맑스주의의 유물론과 기독교의 절대신 개념은 그것을 근본주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결코 상생이 불가능합니다. 그저 더는 피를 보지 않기 위해 서로 양보하거나, 무시할 뿐이지요. 이념이 곧 종교이고 종교가 곧 이념인 까닭입니다. 맑스주의 운동과 초기 기독교의 방법론 사이에 그토록 많은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까지를 고려하면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오해가 쌓이면 불신이 커진다. 

한국전쟁사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하나의 민족이 서로에 대한 학살을 그토록 빈번하게 자행한 전쟁은 인류사에 전례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외부적인 이유로 해서 소통과 타협이 불가능했던 민족주의와 친일파,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맑스주의와 조선말의 개신교 사이의 갈등이 빚어낸 비극이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서로 말이 통할 수 있었음에도 말을 통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한국인이 이놈들은 말로 해선 안돼라며 쉽사리 소통을 포기하고 몽둥이를 꺼내 들게 만드는 역사적 트라우마입니다.

 

그렇게 오해가 쌓이면 갈등은 더 자주, 더 쉽사리 발생하고, 더 빨리, 더 커집니다. 해결되지 않은 갈등은 또 다른 불신의 씨앗이 되어 또 다른 오해의 열매를 맺습니다. 불신, 즉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어떠한 오해도 풀리지 않고, 따라서 어떠한 갈등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신뢰 없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 힘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국가와 국가라는 거대한 네트워크들 간에 발생한 갈등을 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일컬어 '전쟁'이라고 합니다. 극우꼴통들이 수시로 전쟁불사론을 펼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 불신이 커지면 갈등 해소의 비용이 증가한다. 

그러나 전쟁은 소득에 비해 비용이 너무나 큰 갈등 해결 방식입니다. 전쟁은 정작 갈등은 대개 해결되지 못한 채 남겨두고, 그 소득은 오로지 살아남은 자들, 즉 비용을 치르지 않은 자들에게만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구전은 왕서방이 먹는 격이니, 참으로 좆같은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남북 관계 악화일로"라는 신문의 헤드라인은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소통이 끊어지고 신뢰가 무너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사소한 오해가 빚은 작은 갈등조차 삽시간에 대형 무력 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도록 키워버리는, 몹쓸 놈들의 몹쓸 짓들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그리고 국지전이 됐든 전면전이 됐든 무력 충돌이 실제로 발생하게 되면, 그 핏값은 결코 저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이 경우, 외국계 자본은 잽싸게 KOSPI에서 대거 이탈할 것이고 따라서 주가는 폭락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을 대비하려는 각개 가정의 생필품 사재기에 따라 물가가 폭등합니다. 한반도 유사시 주가폭락과 물가폭등, 이 두 가지만으로도 극빈층은 곧바로 지옥 언저리를 떠돌게 되고, 서민층은 극빈층으로, 중산층은 서민층으로 삽시간에 몰락할 것입니다.

이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기회 잘 잡아 한 몫 챙기고 싶어하는 악당들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것이 한국의 번영을 위해서는 평화가 필수적이라고 DJ와 노무현이 그토록 강조했던 이유입니다. 대화와 타협. 상식과 원칙. 평화와 번영.

 

 

5. MB정권은 남북간 소통의 끈을 끊어버림으로써 한반도의 전쟁위험을 높이고 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른바 대북송금 특검을 실시하면서, 일각에서는 배신이라는 둥, 남북간 대화의 끈을 놓아버린다는 둥, 우려하는 소리도 높았습니다. 왜곡과 곡해가 일부 있었을망정 크게 보아 올바른 시각에서 비롯한 접근이었습니다만, 올바른 정치적 선택에 이르지는 못하였습니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선된 대통령으로서 헌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던 노무현을 적지 한가운데 덜렁 고립시켜 놓는 결과를 초래했고, 마침내 노무현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과정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이 또한 소통의 부족이 낳은 오해와 불신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MB정부가 들어서자 이 소통의 끈은 놓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끊어져 버렸습니다. 아니 끊어내 버렸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정책과 정치적 선언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북핵은 본디 대포동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 기술 개발과 함께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핵탄두야 아무 데나 탑재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장거리 미사일 계획에 북한이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입니다. 이제 곧 공식적인 핵보유국가가 될 북한은, 미국을 향해 우리를 건들면 니들도 도시 한 개는 날아갈 걸 하는 식의 공갈을 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조선 인민의 정서는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그럴듯하게 묘사된 바 있습니다. "국방군은 비키라, 이 말이야! 미제놈들이랑 제대로 한 판 뜨게!"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더 이상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지 않아도 한반도의 모든 곳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남한으로선 북한에 핵무기가 없다면 모를까 이미 보유하게 된 마당에 더 이상 그들의 막장 드라마를 찍어야 할 이유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 이번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직후, 북은 2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계급장 떼고 원터치 함 뜰까?라며 대들고 있습니다.

 

MB정부는 전직 대통령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압박해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북측이 보기에 이는 MB정부가 김정일 및 그들의 수뇌부를 결코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파악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려면 무려 핵실험이 남한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기 위한 김정일의 조포(弔砲)였겠습니까?

노무현조차 살려두지 않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 김정일이 어떠한 기대인들 할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입니다. 이제 한반도는 그야말로 휴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준전시 체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에 뒤따를 모든 비극적 결과에 대한 책임이, 대북 관계에 긴장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있음을 분명히 해둡니다. 또한 이들을 지지해 정권을 잡게 해준 극우꼴통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알바놈들 역시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알바 제위와 정치적 무관심을 자랑으로 아는 백성들을 위해 특별히 말씀 세 가지를 덧붙입니다.

 

1.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기회를, (아 ㅅ발. 왜 나의 영웅의 죽음이 어떤 이들에겐 기회가 되는 건지, 이런 ㅈ같은 현실이 ㅈ나게 혐오스럽지만) 말하자면 전쟁놀음 좋아하는 극우꼴통들을 한꺼번에 궤멸시킬 절호의 찬스를 그냥 흘려 보낼 생각이라면, 그 참에 쌀 한 포대, 통조림 깡통 하나라도 사다가 다락에 쌓아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DJ와 노무현이 97년과 02년 대선에서 이회창과 맞붙으면서, "이회창이 당선되면 전쟁난다"라고 선동한 것은 순전히 구라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총재가 나름대로 존경받을 만한 원칙이 있는, 최고급 법률가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를 둘러싼 극우꼴통들이다. 그가 정치에 입문할 때 하필이면 그런 꼴통들과 손잡은 것은 그의 인생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을 사정과 사연도 없진 않겠지만, 덕분에 그는 결코 대권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이회창이란 이름의 대통령이 취임할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극우꼴통들과 손을 잡고 있는 한 그는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 뿐이고, 스스로 놓을 리도 없거니와. 손을 놓는다 해도 그 순간 그의 정치생명은 쫑난다.' 그는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에는 참 잘 어울리는 법조인이었고, 따라서 누구에게나 상당한 존경을 받는 행복한 말년을 맞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제법 안타까운 일이다.

  

2.

아무튼 막상 전쟁이 나면, 극우꼴통들 또한 마냥 안전하진 않다. 개중 쩐 없는 놈들, 이를테면 알바들은 얄짤없이 나와 함께 총알받이로 투입될 것이다. 아, 난 빠질 수도. 동원 끝난 지 오래. 부른다고 갈 일도 없겠지만.

더욱이 나의 군복무 경험에 따르면 "전쟁이 나면 소대장과 행보관부터 쏴 죽이겠다"는 전우들이 적지 않았다. 제 아들 군번, 손자 군번, 증손자 군번 증증증증손자 군번의 장정들이라고 해서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유사시 국방군 전력의 핵심을 담당할 예비역 병장들이 바로 이들이다. 전시 동원령이 떨어지면, 이들 예비역 가운데 대부분은 역시 습관대로 소집령에 순순히 응할 테지만, 그 와중에 예비군 동대장이라든가 하는 몇몇 쯤은 뒷통수에 환기구 열어놓게 되는 걸 각오해야 할 것이다.

  

3.

한편, 북핵에 대해 남한도 얼른 미국의 핵우산 아래로 기어들어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극우꼴통들을 보게 되면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진다. 미국의 핵확산 방지 구상을 결코 벗어날 수 없으므로 남한의 자체 핵무장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설사 가능한들, 김정일이란 '빨갱이'가 도저히 말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전쟁 미치광이'라는 것이 진정 사실이라면, 남한의 핵무장은 그야말로 영양가 없는 뻘짓이다. 상식적으로, 굳이 칼춤 추고 있는 미친놈 옆으로 바짝 붙어 칼춤을 추는 놈이 있다면, 그놈이야말로 미친놈이라고 불러야 적절하지 아니한가? 미친놈 같아 보이거든 혼자 놀게 내버려 둘 일이지 왜 자꾸 옆구리를 쑤석대는 건지...

이 상황에 미국의 핵우산 아래로 기어들어 가겠다는 주장은 기껏해야 미국의 총알받이, 그것도 핵무기의 총알받이 노릇을 자청하겠다는 논리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4.

알바놈들 정신 좀 차리라는 의미에서 모처럼 길게 썼다. 생각 좀 하고 살자. 니들은 왕서방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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