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일 월요일

막장테크 타는 자기소개서

'싸고 질좋은 쇠고기'라는 허황된 슬로건과 마찬가지로, 제가 찾고 있는 편하고 돈 많이 주면서 재미나는 일자리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은 알고 있습니다. 가치란 언제나 그만큼의 댓가를 치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므로, 세상으로부터 무언가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이를 위해 희생할 무언가를 내 안에 준비해둬야 하는 이치입니다.

그래서 저는 귀하에게 제가 원하는 세 가지의 가치를 제시합니다. 이들 중 한 가지라도 만족시켜주실 수 있다면 저의 남은 청춘을 구입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하나는 '명분'입니다. 저는 한 사람의 계몽주의자, 그리고 노빠로서, 저의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일할 것입니다. 혹 그 명분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다음의 두 가치를 포기하고서라도 매진해보고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시간'입니다. 저를 홀려낼만큼 충분한 대의명분이 없는 일이라면, 저는 단지 시간을 팔고 있을 뿐인 것이므로, 짧게 일하고서도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만을 원합니다.

마지막 하나는 '쾌락'입니다. 일이 저의 재능에 부합하여 저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자리라면, 제 돈 내고서라도 배워두어야할 것이므로, 상기한 두 가치를 포기하고서라도 투신하게 될 것입니다.

이상 세 가지의 가치가 바로 저로 하여금 1달 이상 근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원하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귀하께서 원하는 것을 말씀하실 차례입니다.
만약 제 이력과 자기소개의 어디에선가 귀하에게 쓸모가 있을만한 어떤 가치를 보셨다면 제게 연락 주십시오.

일단 한 번 뵙고, 과연 누가 블러핑을 하고 있는지 따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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