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뉴스를 보다가 문득
2009년 12월 15일 화요일
정치 망상
아고라에 이상하다 싶을 만치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180 루저' 발언을 트리거 삼아 새삼 폭발한 것 같긴 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담론 자체는 그보다 적어도 1년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하다. "된장녀" 운운하는, 낮은 계급에 속한 젊은 남성이 현혹될 만큼은 그럴듯한 사례들이 많다.
권력은 항상 이들 '낮은 계급에 속한 젊은 남성 집단'을 부릴 수 있는 자들이 쥐었다. 이들이 실제로 전쟁을 수행하는 계층이다. 이런 걸 떠올리면 아고라의 우경화 조짐은 막연하지만 분명한 불안요인이 된다.
...
이런 움직임의 배후에 '박근혜-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들기를 기도하는 세력이 있다고 상상하는 건 역시 지나친 망상일 뿐인 걸까.
남녀갈등이 커지면 어쨌거나 국면은 그녀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예컨대, 이들 '젊은 우파 남성' 그룹의 표가 필요하다면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 (일부) 부과하겠다"는 떡밥을 던지면 되고, 그들의 안티 그룹(급진적인 페미니스트로부터 온건한 남녀평등주의자들까지)의 표가 필요하다면 남녀 평등에 관한 슬로건을 내걸면 된다.
- 저들이 선거전(戰)에 지역 갈등'만'을 이용하리라 생각할 만한 근거가 내게 있는가?
2009년 7월 1일 수요일
5만원권 신사임당 왜 박근혜를 닮았을까
1.
나는 박근혜가 싫다. 그가 나로부터 특별히 더 미움을 받아야 할 정치적 행위를 한 기억은 없다. 미움받을 짓이 아예 없었다기 보단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특별히 더' 미움받을 일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그리 싫은고 하니,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바로 그 점이다. 지난 대선, "열차 페리 구상"이라는, '애매 오묘한' 공약을 내놓은 것을 제외하면 그네를 상징하는 어떤 정치적 행위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네는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필요한 몇몇 'veto' 행위에만 적극적으로 나섰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이의 지지율은 가장 높다. 최근 기득권 세력에게 쏟아지는 온갖 악재에도 흔들림 없이 국민의 약 30%가 그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그네가 좀 더 적극적으로 비토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마침 최근 새로이 발행된 5만원권 지폐에 등장한 신사임당이 정말 '우연찮게도' 박근혜를 쏙 빼닮았다. 나는 그게 정말 우연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를 두고 닮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안과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어도 이 사람들 만큼은 닮았다.
이형철과 조지 클루니

위의 신사임당 표준영정은 박정희 시절 이당 김은호에 의해 그려진 작품을 그의 제자 이종상이 이번에 다시 그린 것이다. 이 작품과 5천원 구권(舊卷)에 새겨진 율곡 이이 영정을 이당이 그렸고, 신권 5천원도 이종상이 다시 그렸다.
이당에겐 친일 부역의 혐의가 있어 신권 발행 즈음에, 또 그리고 이번 화폐인물 선정 때 다시 논란이 일었지만,(관련기사)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한 채 그대로 5만원권 지폐에 들어갔다.
그런데 사진 한 장 남길 수 없었던 옛날옛적 세상을 떠난 성현들의 초상은 대체 무슨 근거로 그려진 걸까? (참고자료)
우리나라 '위인'들에게는 초상화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몇번의 큰 전란 사이에 많이 유실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성현들께선 어쩌면 초상화 따위로 남겨지는 것을 마뜩찮게 여겼을 수도 있다. 유학은 본디 삿된(邪) 것들을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학문이었으므로.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선조 초상화의 화풍은 매우 객관적이었다. 못생겼으면 못생기게 그렸다. (관련기사)
3.
따라서 나는 이당이 육영수를 모델로 신사임당을 그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녀의 백성'들을 위했던 그분의 따뜻한 마음에 대한 증언들이 꽤 여럿 남아 있는 것에 비추어 미루어 볼 때, 당시 육 여사가 매우 사랑받던 영부인이었음은 분명하다. 어쩌면 이당은, 어떤 의혹을 품어볼 만한 유별난 이유가 없었다 할지라도, 육 여사를 신사임당 표준영정의 모델로 삼았을 수 있다.
동시대 가장 명망 있는 여성의 얼굴을 빼다박은 영정을 그려놓고 "전혀 참조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오히려 어처구니 없지 않겠나.
신사임당 표준영정과 故 육영수 여사
욕먹어야 할 자는 조강지처를 두고 '젊은 년들'과 놀아나다 총 맞아 죽은 그녀의 남편이지 그분께 무슨 죄가 있으랴. 그녀의 비극적 죽음에 어떤 비정한 사연이 더 숨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며, 그분께는 아직까지 아무런 유감이 없다. (그러나 당신께서 떠나신 후 따님은 좀 잘못 자라난 모양이다.)
4.
이러한 넘겨짚기 끝에 나는 대략 이러한 결론을 내려둔다.
a. 신사임당 영정은 육영수 여사를 모델로 그려졌다.
b. 이종상의 작품은 스승 김은호의 화풍을 닮는다.
c. 육영수 여사와 박근헤는 모녀 사이. 당연히 서로 닮았다.
따라서 5만원권의 신사임당과 박근혜는 서로 닮게 된다.
이런 거다.
여기서 내가 굳이 딴지를 걸고 싶은 지점은, 가장 지지도가 높았던 독립영웅인 김구를 제쳐두고 어쩌다 신사임당이 새로운 화폐인물로 선정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나는 적어도 세 가지의 '음모설'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1) 차기 대선 땅고르기 작업, 박근혜 띄우기?
박근혜가 입은 후광은 위대한 독재자 박정희의 것만이 아니다. 결혼도 한 적 없고 아이도 낳아본 적 없는 그가 육 여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엉뚱하게도 현모양처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는 현실이 있다.
한때 그는 '철의 여인' 대처의 이미지를 도용하려 하기도 했는데, 이건 별 재미를 못봤다. 대처의 실각 이래 영국 보수당이 거진 20년을 야당으로 지내야 했다는 점과, 또 무엇보다 한국인은 외국 정치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캠페인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튼 이런 그의 얼굴이 최고급 화폐에서 날마다 우리 눈에 띄게 되면 그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면 올라가지 내려갈 일은 없지 않겠나. 누구도 최고액권에 침을 뱉거나 찢어버리려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해볼만한 담대한 캠페인이다.
2) 10만원권에는 백범 김구의 초상을! ...응?
상상해보라. 한두 해가 지나고 또 다시 10만원권 발행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화폐 인물로 백범이 거론된다면? 아마 고액권 발행에 대한 저항은 지금보다 훨씬 덜할 것이다. 기득권의 무리들이 언제나 고액권의 발행을 환영해왔다는 사실과 그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으므로 따로 부연하지 않는다.
다만, 10만원권이 나와야 할 때쯤이면 차라리 0단위 하나를 절삭하는 화폐개혁을 한번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비밀금고의 검은 돈, 지폐뭉텅이들이 은행을 한번씩 거쳐야 하는 화폐개혁은 분명 저들이 반기지 않겠지만.
3) 대한민국은 아직도 양반, 즉 귀족 세력이 지배한다.
우리는 얼마전 서민 출신의 영웅 노무현을 잃었다. 김구 또한 평민 출신이다. 어째 현재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모델은 죄다 양반이고, 이씨(李氏)들이다. 세종대왕도 이씨, 이이, 이순신, 이황, 거기다 마침내 이씨의 부인이자 이씨의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까지. 이건 뭐 이씨 종친회에서 발행하는 상품권도 아니고... 어쩌면 소중한 화폐에 평민의 얼굴이 들어가는 것을 견딜 수 없는 힘센 사람들이 로비 활동이라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의심마저 든다.
평민 영웅의 얼굴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 치고 화폐에 조국 독립의 영웅 초상이 들어가지 않은 나라가 없다. 우리를 제하면 말이다. 조국 독립의 영웅을 이토록 푸대접하는 이유가 나는 매우 궁금하지만, 이 또한 굳이 캐내지 않아도 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