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9일 토요일

MBC 새 예능 <노다지> 인상비평(?)

 

※ 작위성이 튄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을 PD가 했다면 변태-가학물이란 비판을 못 면할 테고, <천하무적 야구단>처럼 MC 중 누군가가 들고 나왔다면 시쳇말로 "가식이 쩐다"고 할 만한 꼴이다.

특히 "나, 일밤 안 해!"라는 김제동의 귀에 거슬리는 절규(?)는 프로그램 중 두 번이나 반복되었다. 프로그램의 제작방침을 사전에 통보받고도 녹화에 참여했다면 입 싸물고 협조할 일이고, 통보받지 못했다면 제작진에 충분한 항의를 했어야 할 상황이다.(폭우 속 진창 속 녹화, 뜬금없이 강압적인 마라톤과 선착순... 등)  한창 날리는 <1박 2일>이 요즘 부쩍 강조하는 '버라이어티 정신'은 그렇게 막장 상황을 묵묵히 견디는 게 아니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양분한 버라이어티 쇼프로에 김제동 또한 신선한 한 축을 맡아주길 열렬히 기대했으나, 이건 아무래도 좀 아닌 것 같다...

 

 

※ 캐스팅 미스?

- 조혜련은 원샷 한 번 더 받아서 인지도 높여야 할 짬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욕심이 지나치다. 예컨대 1회에서 정육점 청년(?)으로부터 호감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면 젊고 귀여운 '보람'이나 섹시한 황보가 앞에 나서게끔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녀는 직접 나서(거기다 후속타는 김나영...) 저질 댄스를 작렬시킨다. 이수근의 '오동잎 댄스'나 김종민의 '피곤 댄스'는 단순한 동작으로 짧은 웃음 한 번에 끝낼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조혜련의 저질 댄스는 좀 자제했으면 한다.

그녀의 캐릭터는 말하자면 '여자 박명수'다. 이른바 '비호감' 캐릭터 중 하나다. 나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잘 구별하지 못하면 아주 쉽게 채널이 돌아간다.

 

- 최민용... 이건 왠 난데없는 조합인가. 제작진으로부터 "<1박2일>이나 <무한도전>처럼 개고생하는 프로입니다"라는 식의 통보를 미리 받지 못했다면 얼른 제작진을 고발하길 권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각오 단단히 하고 나오라'는 귀뜸이라도 받은 바 있다면 좀 성실하게 녹화에 임해야 되겠다. <노다지>에서 최민용은 <1박2일>의 이승기에 해당하는 캐릭터다. 멀끔한 녀석이 가끔 어리버리하면 웃겨주는 캐릭터란 얘기다. 그러나 이승기와 달리 최민용은 나이가 많다. <1박2일>이라는 '야생' 버라이어티에 이승기가 끼어들게 된 것에는 "어린 승기가 얼결에 납치된 것"이라는 그럴듯한 변명거리가 있다. 사지멀쩡 '평균이상'의 캐릭터인 최민용이 굳이 이런 막장 버라이어티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그럴듯하게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그의 입지는 좁디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천하무적야구단>의 오지호나 김준에게는 '그저 야구가 좋아서'라는 환상적인 핑곗거리가 있다.)

 

 

※ <1박2일>이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찾아 소개한다(+연예인들의 개고생)"이라는 컨셉이 가능한 것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가 제법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일수록 촬영에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노다지>는 연예인들을 말 그대로 길바닥에 굴리고 있다. (화면에 언뜻 드러난 병목현상 같은 건 깊이 파지 않기로 하자) '민폐'와 '민간의 자발적 협조'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노다지>는 과연 잘 타고 넘을 수 있을까.

 

 

※ 카메라 댓수가 모자라나?

- 편집이라는 후보정 작업으로 웃음의 포인트를 만발하게 하기 위해선 출연자 개개인의 순발력을 100%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촬영시간 내내 따라다니는 VJ의 중요성은 <1박2일>을 보면 알 수 있다.

 

 

※ 남자 vs 여자 과연 먹힐까?

버라이어티 쇼에서 게임은 점차 출연자의 '진지한' 자세를 요구하는 추세인데, 당연히 진지해지다보면 '망가지는' 상황이 끝없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그깟 한 끼 굶어도 그만일 <1박2일> 출연진이 왜 어묵 한 개에 눈이 뒤집히겠는가. 이런 점에서 남대여 구도는 이래저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쇼 중에 게임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여자 출연자들이 '험한 꼴' 당하지 않게 배려하다 보면 정작 게임이 시시해진다. 또 남자가 여자를 괴롭히거나, 속여먹거나, 심지어 등쳐먹는 상황 등은 시청자를 불편하게 한다. 리모컨 집어들기 쉽상이다.

비록 조혜련, 황보, 김나영, 전보람이라는 라인업은 '망가뜨리기에' 별로 부담스러운 조합은 아니나, 여자 연예인의 망가짐과 시청자의 호응도에는 묘한 함수가 존재한다는 게 문제다. "예쁘고 귀한 연예인이 망가질수록 시청자의 호응도는 높아"지지만, 이 망가짐에 대한 '내성'이 해당 연예인의 미모에 거의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시청자 입장에서 '멀쩡한' 여자 연예인의 망가짐이 용납될 수 있는 한계치는 아마 <골드미스가 간다>의 최정윤이나 예전 <하이파이브>의 김민선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진재영이나 예지원은 '멀쩡함'을 포기함으로써 망가짐을 소화해낼 수 있었지만.) 스타는 하늘 저 높이 떠 있어야 스타다. 그런 연예인이 시청자의 '연민'을 사게 되면 끝장난다. 예능 프로그램'만' 할 것이라면 모르되, 앞길 구만리인 젊고 예쁜 여인들이 선택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길이다.

그래서 <노다지>의 남여 대결구도가 과연 실속이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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