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4일 목요일

[쪼가리뷰] 시가테라

(스포일러 있음.)

 

 

 

1. 소년 판타지

<시가테라>는 찌질이 루저가 예쁜 여자애랑 떡치는 소년 판타지물이다. 6권의 단촐한 구성으로, 3권의 첫경험 장면이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누군들 잊을 수 있으랴 그 순간.*1

`나구모(히로인)... 다 보여...`

`오기노(주인공)군도 다 보여...` *2

 

짜증나는 부분은 (아마도 한국어판에서만) `가장 중요한 장면`-나체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에 팬티와 브라를 그려 입힘으로써 극의 긴장감을 망쳐버렸다는 점이다. 빌어먹을 15금. 다소 외설적인 묘사라도 할라치면 블로그에라도 비닐캡을 씌울 기세. 자유 없는 곳에 창조 없다. 정부는 각성하라~

 

 

2. 후루야 미노루.

저 유명한 <이나중 탁구부>*2의 작가.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고 계획도 당분간 없지만, 오래전 대강 훑어본 것만으로도 작품의 위대한 `병맛*3 포쓰`를 느껴볼 수 있었다. <시가테라>는 이런 `병맛` 전문 작가 후루야의 진지한 극화라는 이유로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그답게, 아마도 `만화 역사상 가장 찌질하게 진지한 주인공` 상을 받아도 적당할 캐릭터 메이킹은 여전했다. 찌질이가 줄곧 바보짓만 하는 `진지하지 않은 개그만화`와 차이가 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성장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만화의 장르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로 분류할 수 있다.

<이나중 탁구부>, 이런 만화다.

 

3. 사춘기

일본 만화-를 비롯한 각국의 온갖 대중 예술작품들-에는 이 시기를 다룬 작품이 많다. 이 시기를 거치는 중인 독자들이 대중문화의 주 소비계층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컨텐츠 생산자들의 연령대는 천차만별이 아닌가. 차라리 이 시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 작가든 독자든 그것에 `고착`되게끔 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흔히 `질풍노도`에 비유되는 이 시기는, 21세기라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결정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4. 청소년 지도와 관련-

불량소년 타니와키는 귀를 잘리고 돌아온 여름방학의 결과로 퇴학 처분을 받는다. 그 과정은 극히 단촐하게 묘사될 뿐이지만, 또한 극히 현실적이다.

 

타니와키(주인공 오기노의 상상 속 이미지)

 

`참고로 타니와키는 그 사건에서 약 한 달 후, 집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려 퇴학 처분을 받았다. 오랜만에 등교한 문제아가 귀가 잘려져 있었으니, 학교 측도 큰일이다 싶어 녀석의 동네까지 가서 빨리 대책을 세웠던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 야만과 문명 사이를 거치고 있는 우리라면, 아무래도 고문을 해서라도 진상을 파악하려 했을 것이다. `솔직하게 모두 말할 때까지 너 집에 못 가.` 이게 고문이다. 예전엔(혹은 여전히) 이 과정에 흔히 `사랑의 매`가 동원되곤 했다...

아니다. 타니와키는 이런 상황이 오기도 전에 진작 퇴학을 당해 소년원 신세를 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결코 덜 독한 인간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훨씬 더 무서운 범죄를 더 가볍게 해치우는, 그런 종류의 인간으로 자라났을 것이다. 우리의 학교 역시 너무도 일찍 아이를 포기하곤 한다.

 

 

5.

똥 무더기를 뒤져 꽃씨를 찾아내는 작업은 상찬받아 마땅하다. 그 안은 불결하고 추악하기 떄문에라도 보통은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그것을 헤집어 보는 데는 많은 용기와, 낙관적 전망이 필요하다. 나는 그 낙관에 전적으로 동의할 뿐더러, 그 용기에는 존경심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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