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각에선 사실상 폐지되었던 사형제를 다시 집행하자는 얘기로 시끄러운 모양이다. '살의'를 그토록 쉽사리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의 단순함이 두렵다.
사형제도에 찬성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 사람은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뜻이다. 이 '어떤 경우'는 사형제나 정당방위와 같이, 법률에 의거함으로써 얼마간 공정성을 보장받긴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100%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1)
국가의 할 일이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잠적한 범죄자를 찾아낸다던가, 가난 구제(*2)와 같은 일들이다. 우리가 군대나 전쟁을 통해서 배운 바와 같이, 살인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 굳이 국가가 나서야 할 이유가 없다.
꼬리가 몸통보다 기네
*1
영화 <데이비드 게일>이나 <그린 마일>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사형제 폐지론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의 우리 영화 <집행자>는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원치 않는 살인의 경험을 하게 되는 보통 사람들(교도관)의 정신적 상처를 다뤘다.
"누군가 네 부모, 처자식을 능멸해도 똑같은 주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과 같은 딜레마에는, 미드 <웨스트윙>이 다음과 같이 '적절한' 타협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극중 대통령의 개인비서로 등장하는 흑인 젊은이 찰리는 홀어머니를 강도의 총격에 잃었다. 하필 그 홀어머니는 경찰이었고, 미국서 경찰 살해는 중죄로 취급, 보통 사형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찰리는 민주당원이고 민주당은 사형제 폐지를 지지한다. 앞에 제시된 것과 유사한 질문에 대해 찰리는, "사형에는 반대합니다. 그냥 제 손으로 죽여버릴 겁니다."라고 답한다.
*2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 아닌 속담을 대체 어느 있는 집 자식이 고안해냈는지는 몰라도 몹시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죽여라!"
답글삭제라고 소리치는 사회에서 사는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요!
범죄자들은 사형에 반대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답글삭제대악당이 오히려 소악당에 더 인색하군요. ^^
이런 코메디도 성공한 쿠데타 세력에서 발원한 것일테죠?
@르페 - 2010/04/01 21:29
답글삭제기본적으로 대중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이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더군요.
@키다링 - 2010/03/18 18:30
답글삭제뭐... 저도 가끔 '저 쥐새끼 죽여버리자'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정말로 죽여버리는 건 아무 답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