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3일 화요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나는 '지금'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을 안고 싶고, 당신이 다른 남성에게 당신을 허락하는 모습을 (보통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당신이 나와 함께함으로써 행복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기를 또한 바람과 동시에, 그 곁에 내가 항상 함께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당신은 내가 최근 느끼는 많은 행복감의 원인이며, 당신 역시 나로 인해 잦은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기를 소망한다. 나는 이러한 감정상태를 일컫는 말로 사랑 말고 다른 것을 떠올리지 못하겠다.

 

욕망? 욕망은 사랑의 상위 개념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비롯한, 때로 숭고하게 여겨지는 많은 사랑들 또한 서로 대상과 형식을 달리하는 욕망에 다름 아니다.

 

집착? 사전은 집착을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으로 정의한다. 이 경우 사랑으로 추정되고 있는 나의 감정상태는 '다소 집착하는 사랑'으로 묘사될 수 있다. 즉 집착은 사랑을 수식하는 말이지, 사랑 아닌 무언가는 아닐 것이다. 나아가 어쩌면, 경중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모든 사랑은 일종의 집착이다-라고도 말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

 

고로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꽤나 열렬히 욕망하며 제법 집착한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이나.

 

 

허나 사랑의 약속은 물 위에 쓴다고 했다. 언제가 될까. 당신과 나의 눈앞에 드리워진 콩깍지의 커튼을 들어 내는 날은. 키스하며 입냄새를 느끼게 되고, 서로에 대한 신비감에서 비롯했던 존경심이 여지없이 벌거벗게 되는 그날. 우리는 이미 여러번 서로의 알몸을 보았고 앞으로도 수없이 보아나갈 테지만, 진정으로 발가벗은 영혼을 우리는 서로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약속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약속을 걸고자 한다. 나는 지금까지 당신이 보여준 것만으로도 앞으로 당신이 보여주게 될, 당신은 스스로 추하게 여길지도 모를 당신의 모습을, 무조건적인 선의와 함께 해석해나갈 것이다. 설사 우리의 관계가 보편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닥칠지라도 이 약속은 유효할 것이며, 이는 모든 상황을 야기할 책임이 당신보다는 내게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기도 하다.

 

 

 

 

 

댓글 2개:

  1. 발가벗기고 추해진 알몸을 견딜 수 있는 거라면,

    사랑이 욕망의 상위개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심리학이 생물학의, 사람이 동물의 상위개념이듯이..

    답글삭제
  2. @엘 - 2010/02/24 09:25
    제 느낌대로 말해보자면 사랑이나 욕망이나 서로 다르지 않다- 쪽에 가까울 겁니다. 사랑이 욕망처럼 추하다-는 의미보다는 욕망은 사랑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에서요. 사랑 혹은 욕망의 깊이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얼마나 크고 많은 사랑(욕망) 아닌 다른 것들을 포기할 수 있느냐라는 잣대가 흔히 사용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컨대 자동차에 대한 강렬한 소유욕이 할부금을 견뎌내게끔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이 인내심은 때로 어떤 이에겐 차가 씽씽 달릴 수 있는 새 차일 때까지만 유효한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겐 할부기간이 끝나도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일종의 동반자로서 결코 버릴 수 없는 무엇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