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1일 목요일

아바타 줄거리가 바보 같다고?

 

관련글.

http://blog.naver.com/hajin817?Redirect=Log&logNo=60097100997
http://www.cyworld.com/inbj220/3456761

 

 

냉소적인 태도를 훈장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밌는 사실은, 냉소의 대상이 자신보다 강자인 경우 냉소는 찌질한 투정에 불과할 것이며, 약자인 경우는 인간실격
의 한 증거가 될 수 있으리란 점이다. 따라서 적절한 냉소란 사실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대상에겐 분노를,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대상에겐 짜증이라는 형태로 우리의 불쾌감을 드러낸다고 봤을 때, 현대인은 분노는 점점 잃어가고 짜증만 늘고 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마디로 우리는, 우리가 발견해버린 이 거대한 세계 앞에서 점점 더 큰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가 '정치'라는 것에 대해 취하는 태도와 대략 비슷하다.

 

나는 이러한 '짜증의 과잉'이 하나의 시대적 유행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작은 노력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편에 설 수 있는 거라고도 생각한다. 내가 가장 크게 섬기는 우상 중 한 명인 DJ는 이를 두고 "담벼락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라" 했다.

 

물론 이런 정말로 사소하기 짝이 없는 분노는 전혀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는 편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힘을 상상할 수 있는 이라면, 북경에서 퍼덕인 나비의 날개가 뉴욕의 증시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상상이 가능하다.

 

영화 <아바타>는 관객 모두에게 어떤 영웅적인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또다른 아바타 조종사 노엄처럼 군바리놈들에게 죽빵 한방 날릴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헬기조종사 트루디처럼 "이러려고 지원한 게 아냐" 할 수도 있을 터다. 그것도 아니라면 홈트리 붕괴 때 눈물이 그렁해진 이름 없는 오퍼레이터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우리가 이입해야 할 대상은 바로 그런 보통사람들이다. 자의식 과잉으로 반쯤 돌아버린 소위 '예술영화'의 또라이들이 아니라.

 

아바타의 줄거리가 바보 같다고?
그래, 난 바보를 좋아한다. 내가 평생을 두고 사랑할 어떤 이의 별명도 '바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바보가 어느 너절한 평론가보다 지능이 낮았을 거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If you are one of us... Help us"

얘들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단 마음이 들면 '바보'인 거야?

 

 

 


댓글 6개:

  1. ㅜㅜ 아바타 줄거리 하나도 바보 같지 않아요. 저는 보면서 울었는데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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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흰돌고래 - 2010/01/22 18:06
    식자연하는 분들이 하도 씹어돌리기를 즐기시기에 발끈해서 쓴 글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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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eholder - 2010/01/22 18:27
    저도 스토리가 식상하단 이야길 들었을때

    '도대체 어디가?' 하며 울컥, 했었어요. '그러니까 너희가 그렇게 행동하지'하면서요. 저처럼 감명깊게 본 사람이 많길 바라기도 하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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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흰돌고래 - 2010/01/22 18:06
    그러니까 너희가 그렇게 행동하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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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 글에 절대 공감합니다.



    그냥 한번 씹어보면 괜히 자신이 업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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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LUEnLIVE - 2010/01/31 15:55
    그렇게 치졸한 이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고수분들조차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바타의 스토리를 부정하는 건 지혜로운 선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비관주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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