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2일 금요일

<The Road>


1.
사람이란, 오래 굶다 보면 서서히 몸이 약해지고, 곧 병들어 죽는다.
만약 그렇게 운이 좋지 못한 경우엔 어떨까.

 


2.
이 영화는 삭막하다. 시종일관 어둡고, 희망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없다. 딱정벌레 한 마리에 걸어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이 영화를 피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많이 아프다.

 

길 위에선, 함께 절망을 견뎌줄 수 있는 동행이 필요하다. 그는 배우자가 될 수도 있고, 성장한 자식이나, 친구, 혹은 동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온전히 홀로 그 절망을 견뎌야 한다면. 그 절망의 끝에는 어떤 희망도 약속되어 있지 않으며, 아니, 희망이란 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면.

 

때때로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무채색의 바람이 불어대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굳이 종말의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관객을 이끌고가는 힘은 오로지 자식을 제 손으로 죽일 수 있을 만큼의 강렬한 부성, 아니, 그것을 넘어선 이유와 흔적에 대한 집요함이다.

 


3.
현실이 이와 다르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때때로, 대개 잠 못드는 밤이다.

 

여럿이 함께 이 영화를 본다면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몇몇은 쫓기듯 서두르며 절망을 털어내려 할 것이다. 더러는 감독을 원망하며 눈물을 좀 떨굴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여 개중 나와 닮은 이들이 있다면, 서로가 서로의 눈빛을 피하며 극장을 빠져나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술잔을 채워주게 될 것 같다.

 

 

 

"If I were God, I would have made the world just so and no diffe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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