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 위해서_2002.06.25

지난 토요일, 지갑을 잃어버렸다.

지하철에서 스포츠 신문 쪼가리에 정신팔고 있다 그만 지갑을 놓고 내린 것인데,

나름대로 신속한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도 녀석의 행방은 묘연하다.

 

(마침 그날은 모처럼의 현금이 두둑하게 들어있던 날이었다.

망할...! 하지만 그래, 그건 포기할 수 있다.)

 

아무튼 오늘은 월급날이고,

지난 한달 내 노동력의 대가는 한빛은행의 계좌로 입금되었다.

그래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것이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이다.(-_-;)

 

카드는 지갑과 함께 사라졌으므로 나는 통장을 가지고 은행을 찾았다.

 

"내 돈 내놔요 -_-+"

"손님, 신분증을 제시해 주세요~ ^-^"

 

-_- 신분증? 그거 지갑하고 같이 사라졌다.

 

"이봐요, 여기 본인이 통장들고 왔잖아요.-_-+"

"손님은 서명으로 통장을 만드셨기 때문에 신분증 없이는 거래를 하실 수 없사와요~^-^"

 

나는 어거지를 부려볼까 하다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하기사 나아닌 누군가 내 통장만 덜렁 들고와서 나라고 우겼을 때

그에게 내 돈을 몽땅 내주는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나라는 것을 내 스스로 증명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좀 씁쓸하다.

 

 

... 뭐 별로 새로울 것은 없는 이야기다.

... 그리고 월급날인 오늘, 내 주머니 속에는

    그녀가 사준 지하철 패스 한장과

    그녀가 쥐어준 천원짜리 몇 장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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