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3일 수요일

존경하는 작가 황석영의 정치적 자살에 대한 조문


아 안타깝다.

오늘로 위대한 작가 한 사람이 또 유서를 쓴 모양이다.

 

무려 2MB와 타협을 운운하다니, 정치적으로 관뚜껑에 못질 한 번 제대로 한 셈이다.

 

이제부터 소위 진보적이라는 분들한테는 '변절했다'고 복날 개 맞듯 두들겨 맞으실 테고,

힘 좀 쓴다는 무리들 하고는 짜웅, 혹은 아옹다옹하다보니 어느샌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져,

약발 떨어질 때쯤 되면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뛰어드신 후 행방이 묘연해진 여러 동지들,

이제는 새로이 한 솥 밥 먹게된 그 분들과 함께 한 솥에서 푹 삶아지시겠지.

 

 

"일각에서 현 정권을 보수우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나=황석영) 스스로는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는 봤다"

 

아니, 그럼 여태 MB님께서 중도-실용적이신 걸 황 문호께선 모르셨단 말야?

이념적으로 어데다 포지셔닝했는지 알 게 뭐냐고요,

제 입으로 이념은 버리고 실용만 가져 가겠다는데.

그의 지지자 그룹이 '실용'이란 단어를 어떤 의미로 쓰는지 모르시는 것도 아님시롱. 

 

 

확실히 노무현이 잘못했다.

위대한 작가 분은 그에 걸맞게 어떻게든 모셔다 어디에든 써드렸어야 했는데...

 

말씀이라도 슬쩍 좀 주시지 그러셨쎄요?

 

 

"남북이 분단된 상태로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겨우 턱걸이하면서 근검하게 사는 것 거기까지"

-라는 문제의식에도 동의하고,

 

"다른 획기적 방법이 없으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상상할 수 없는데, 몽골이 있다면 가능"

-할 것 같다는 점에도 일부 동의하며,

 

알타이 문화연합은 몽골과 남북한,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문화공동체로, 핵심은 `몽골+2 코리아'

-라고 하는 것이 꽤 그럴듯한 대안이라는 데에도 동의할 수 있는뎁쇼,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

-굽쇼?

 

 

세상에나...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은 강대국들이 남북분단 체제를 컨트롤하는 것에 적응하느라고 바빴"

-던 걸 아시는 분이 그땐 왜 그러셨쎄요?

 

"지난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냈는데 실속도 진전도 없었다.

우리가 스스로 역량을 과대평가했던 것 아니냐"

-?.........응!?

 

그르게요.

역량이 왜 모자랐을까요?

바로 그때 당신이 도와주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보측으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

 

물론 각오야 하셨겠죠.

 

근데 각오하신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욕먹을 각오도 또 하셔야 할 겁니다.

노무현도 욕먹을 각오야 누구 못지않게 했지만, 욕만 먹는 걸로 안 끝납디다.

진보라는 자들이 노통을 부지런히 욕보이는 동안

보수라는 자들은 노통을 부지런히 엿먹이더군요.

 

대연정 제안 한방에, 그것도

지역주의의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이미 제시된 바 있는,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법 개정을 선결 조건으로 분명히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타협이니 배신이니 욕하며 우수수 떨어져 나간 게

노무현의 지지자 그룹 중에서도 진보연하는 식자들입죠.

"그딴 거 안 해! 그딴 걸 왜 해?" 한마디로 쌩까버린 그네꼬짱이 과연 거물은 거물입디다.

 

각오 좀 일찍 좀 하시지 왜,

욕먹을 각오하셨으면 왜 진작에 안 나서셨을까,

설마 당신보다 못나 보이는 사람이 짱 먹으니까 샘 나셨쎄요?

아님 시대의 위대한 지성을 알아서 안 모셔가니깐 꼬우셨쎄요? 

 

 

이 정도의 발언으로 인해, 그리고 앞으로 그에게 따를 오해들로 인해 

황석영 같은 위대한 작가가 매장돼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러나

피아彼我 가르기 좋아하는 딸깍발이의 후손들이 삽자루를 단디 잡을 것임은 보나마나고,

그의 선의善意 역시 왜곡되어 마침내 좌절될 것이란 내 예측이 틀릴 것 같지도 않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던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선,

안으로

보수는 저들끼리의 큰 부패를 서로 감싸주며 작은 분열조차 용납하지 않는 반면,

진보는 작은 부패를 이유 삼아 큰 분열을 정당화하느라 전선戰線이 어디쯤 그어졌는 지도 모르고,

밖으로

진보가 보수의 부패를 벤치마킹하느라 바쁜 동안,

보수가 진보에 분열을 일으키는 기술은 갈수록 창의적이 되어간다.

 

 

이런 웃기지도 않고, 웃을 수도 없는 꼴들을 가만히 보다 보면,

<아우를 위하여>의 오마쥬(혹은 패러디)에 불과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어쩌다 더 훌륭한 작품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되고 말았는지 이해하게 돼버린다.

 

 

※ 관련기사 : 황석영 “진보, 고전적 이론 틀로는 안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46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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