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생각하며_2002.06.14

이번 선거 투표율이 48% 랍니다. -_- 훗~ 48%...
유권자 수가 10만명인 선거구에서 60%의 지지로 당선된 후보라면,
4만 8천명의 60%니까, 28,800명의 지지가 되겠군요 -_-
그럼 다시 유권자 대비 비율로 보면 28.8% ... 훗~

반장선거도 꼴보기가 이것보단 낫겠습니다 -_-

오늘 투표를 하고 와서, 왔다갔다 하면서, 또 TV 가끔 힐끔힐끔 보면서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둥, 역사상 최악의 투표율이라는 둥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줄곧 제 머리속을 맴돈 것은 제가 군대있었을 적의 기억입니다.

당시 보직이 인사과 행정병이었던 저는 13대 국회의원 선거 부재자투표에
선거관리병으로 파견근무를 했더랬는데 말이죠...
그때 저와 함께 뺑이를 치던 한 전우가 투덜대더군요...

"아~ 씨 왜 귀찮게 투표같은 걸 시켜가지고 X뺑이 치게 하나?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군바리들은 그냥 이런 거 안하면 안되나?"

그와 함께 유권자 명단확인하랴, 지역별/부대별로 투표용지 나누랴 땀 흘리던 저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할 말을 잊었습니다.
저 역시
후보들에 대한 정보도 별반 없이 막연히
이름과 사진, 프로필만 보고 말그대로 찍.어.야.되는 상황에 대해서
나름대로 유감스러워 하고는 있었습니다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갖게된 투표권을 행사할 기회를,
군대에서나마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럭저럭 긍지까지도 가지고 있었더랬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제 머리속을 때린 생각은

'아- 이런 자들에게도 투표권을 굳이 줘야만 하는가?'
였습니다.

오늘 투표장 안가고 딴 짓하신 분들... (아, 물론 투표권 없는 분들은 빼고 말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한 표를...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지역행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인물을 뽑는 권리를,
행사할 30여분의 시간(그 이상도 필요 없더군요),
그것을 포기하게 한 당신의 바쁜 용무는 과연 무엇이었습니까?

"난 정치엔 관심없어."
라는 변명은 당신의 권리를 박탈해도 좋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옛날에 중국의 요라는 임금은
'누가 임금인지도 모르는 상태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정치'
라고 했습니다만,
지금이 태평성대 요순시대 입니까?
그렇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도 한 권리이겠습니다. 전 이것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놈이 그놈이라 찍을 놈이 있어야지."
라고 변명하시는 분들...
얼마나 자세히 그들의 공약을, 그들의 프로필을, 그들의 정치적 가치관을
관심갖고 바라보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엔 딴나라당, 새천년미친당, 개발독재연합, 남조선노동당 말고도
다른 정당 많습니다.
저도 오늘 투표장 가서야 알았지만 '녹색평화당'도 있고 '사회당'도 있더군요 -_-;
결과는 아직 다 나오진 않았지만,
이런 정당에서 나온 후보들, 다 떨어졌을 겁니다. 뻔합니다.
바로 당신이 그들을 찍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후보들, 찍어서 당선되어봐야 아무 힘 못쓸 지도 모릅니다.
이런 후보들, 일껏 당선시켜줘봐야 곧 태극기 흔들면서 다른당 입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쩌면 다른 넘들이랑 똑같은 짓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당신은 당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어야 했습니다.
전체 유권자의 28% 지지를 받았건, 실질적인 지지율이 10%짜리 당선자건 간에
유감스럽게도 그 당선자가 당신의 머리위에
적어도 앞으로 4년간, 헌법으로 보장된 정치적 지배력을 행사할테니까요.

여기서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분이라면
그 정치적 지배력에서 '상.관.없.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은 당신과 당신의 아버님의 소득에서 일정부분을 당연스럽게 뜯어갈테고
당신이 사먹는 과자 한 개, 빵 한 덩이, 담배 한 가치, 껌 한 조각에도
'부가가치세'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운영자금인 '세금'이 붙어있으니까 말입니다.

당신은 오늘 30분의 시간을 들여
"에이 X발. 찍을 놈 없네."하고 투덜거리며
하다못해 백지를 그냥 투표함에 넣고 오는 한이 있더라도,
(아니면 수십군데에다 마구 도장을 찍어댄다던가 -_-;)
투표장에 갔다 왔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기권'과 '무효표'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효표는 투표율에는 합산이 되지만, 지지율에는 합산이 되지 않습니다.
투표장까지 가서 굳이 무효표를 만드는 정치적 의사표현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보다 더 극명하게 표현하는 '경고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신이 버린 한표를 위해
우리의 선배들이 흘렸을 피를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게도 선발된 200여명의 사람들이
장충체육관에 모여 대.통.령을 뽑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_-

나를 지배할 규칙을 만들고 굴릴 사람을 뽑을 권리

이것이 몇시간 전에는 당신 손에 있었습니다.
설사 당신이 저와 다른 사람을 지지한다 하더라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다음에는 당신의 권리를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투표장 다녀오는데 기껏해야 30분입니다.
쓰레빠(-_-;) 질질 끌고가도 아무도 뭐라고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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