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풀이야기_서문_2008.08.02

제겐 당신이 계속 이 글을 읽고 싶어지게끔 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밈Meme!)을 당신이 공유해주길 바라기 때문이겠지요.

이 처음 몇 개의 문장은 당신으로 하여금 이 글을 계속 읽어 내려갈 것인지, 죽죽 스크롤을 내려버릴 것인지, 아니면 그냥 ‘뒤로’ 아이콘을 클릭할 것인지 선택하게 할 것입니다. 인터넷에서의 글쓰기라는 건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장 자체’를 화제로 삼고 존대를 함으로써 이렇게 당신의 관심을 끌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저의 이 글을 정갈한 편지지에 펜으로 또박또박 눌러써 당신에게 전했다면 당신은 차마 내버리진 못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줄 것입니다. 아, 물론 당신이 기업이나 정부에서 청탁을 자주 받는 위치에 있다거나 혹은 유명한 연예인이어서 그런 팬레터를 받는 것이 일상적인 사람이라면, 저의 이 글은 또 하나의 귀찮은 ‘소매 붙잡기’에 불과하겠지요. 저는 첫 다섯 문장을 당신에게 읽혀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해서 당신의 관심을 끌고 싶은 것은 제게 꼭 당신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당신도 나와 같이 생각한다면 나와 같이 행동해주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많은 생각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이래서 저는 사회적으로 성공을 했어야만 했습니다. 제가 만약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었다면 더 많은 당신들이 나의 말에 더 귀기울여주었을 테니까요. 평촌동 박씨가 하는 말과 이명박씨의 발언이 갖는 무게가 전혀 다르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저는 성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어떻게든 인생의 결론이 이미 나버린 나이로 치지만 않는다면 아직은 제게도 기회가 남아있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확실히 여유는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있다가 성공한 다음에 보여주면 되지 않느냐?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는 다음 기회에 풀지요.

 

아무튼 저는 이렇게 저의 생각을 당신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도킨스의 Meme개념을 빌리면 저의 이런 욕망은 성욕과 유사한 모양새입니다. 다른 게 있다면 이쪽 정신세계에는 당신들이 당신의 육체보다는 훨씬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보이거든요. 매력은 차이입니다. 남과 여의 차이, 당신과 나의 차이, 그 밖에 세상에 무수한 그 많은 차이들.

다행스럽게도 정신세계 속의 당신과 나는 암수딴몸의 생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은 이 생각의 유전적 다양성을 제대로 활용하여 엄청나게 발전한 동물이지요. 도구의 사용으로부터 시작해 바퀴, 종이, 아치를 활용하고 이젠 전기력, 원자력을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 동물이 되었지 않습니까.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만.)

 

이러한 밈의 생태계에서 다양성은 추구될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당신이 진화론의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한 분이라면 저의 뜻은 더 부연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다만 굴드가 지적한 바와 같이 진화를 진보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태반이라 굳이 강조하고 싶습니다. 진화는 다양성의 확대일 뿐입니다. 다양성이 감소한 생물은 모두 멸종하거나 멸종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종으로서의 우리 인간이 자멸을 원하지 않는 다음에야 다양성의 축소를 추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인간 외에는 현재까지 밝혀낸 바로는 개와 원숭이, 그리고 고래 정도가 우리 인간과 밈을 공유할 수 있는 생물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과 대화의 기회가 별로 없었던 고래는 별도로 치고, 우리 인간 중 상당수가 개와 원숭이를 먹는데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아, 고래의 살해를 막는 것에도 그린피스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군요.

 

먼 미래를 상상해 봅시다. 인간의 과학기술,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종적 이해는 시간에 비례해 꾸준히 넓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개도 인간과 수십만 년을 함께 지내며 인간의 언어를 더 잘 이해하도록 진화해왔습니다. 그러니 언젠가 우리는 개나 원숭이와(그리고 고래두!) 대화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릅니다. 더 많은 밈을 서로 교환함으로써 더 많은 다양성을 공유하게 되는 거지요. 그때의 우리 후손들은 우리를 개와 원숭이를 먹었던 야만의 시대쯤으로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는 사람들은 개고기 먹는 걸 반대하며 야만인 취급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그냥 따라쟁이 바보들도 있습니다.)

 

아무튼 밈의 전파과정을 유전자의 전파과정에 대입해보면 그야말로 인간세상은 섹스의 향연이나 다름없군요. 강의·강연은 하렘에 비유할 수 있고, 토론은 난교파티, 논쟁의 다구리는 집단 강간, 은밀한 대화는 은밀한 섹스, 가벼운 대화는 가벼운 섹스... 육체적 외도와 정신적 외도의 차이가 확 느껴지십니까? 당신의 남편 혹은 마누라가 다른 여자 혹은 남자와 빠구리는 안하는데, 매일 밤새 전화통 붙잡고 킥킥댄다고 상상해봅시다. 당신에게 이것은 분노할 만한 상황인가요?

 

유전자와 유전자의 결합이 시공간 제한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에 비해 밈은 확장성이 훨씬 높습니다. 더 많은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신의 정신세계를 넓힙니다. 넓은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은 삶의 많은 상황에서 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욕망의 본질을 이해하면 욕망을 추구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자기 안에서 찾아낼 수 있게 되니까요.

 

책을 읽건, 그림을 보건, 음악을 듣건 간에 어떤 문화생활이라도 당신이 집중한다면 그만큼의 소통이 이뤄집니다. 이 집중을 유발하는 힘이 재미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더 재미있기 때문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더 잘 하게 되는 거지요. 나나 당신이나 누구나 더 많이 갖길 원하는 ‘능력’(그 중의 절반)은 이렇게 당신과 내 안에 쌓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단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끈질기게 파고들어 봐야 합니다.

 

저는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글은 물론, 영화도 읽고 음악도 읽습니다. 영화나 음악은 눈과 귀의 즐거움이 함께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야기와 생각입니다. 그래서 영화와 음악은 즐기면서도 그 중 이야기 위주로 표현되지 않는 작품들은 제게 다소 곤혹스러운 경험이 되곤 합니다. 시 보다는 소설이, 그림보다는 만화가, 사진 보다는 영화가, 클래식 보다는 팝이 제게 더 가깝습니다. 이 안에서도 음악보다는 만화나 영화나 글이 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제게 더 가깝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독해력에 제법 자신이 있습니다. 문제는 영어독해도 아니고 한글 독해는 먹고사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아니된다는 점이지요. 정규교육과정 20여년동안 누구나 독해를 중심으로 교육받기 때문에, 독해는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어지간해서는 티가 나질 않는 까닭입니다.

 

워낙 기본적인 삶의 스킬이 되다보니 거의 누구나 필요한만큼은 갖고 있고, 또 세상이 공감각적으로 발전하다보니 텍스트를 읽는 것 말고도 밈을 교환할 훨씬 많은 방법이 생겨났습니다. 제가 이곳에 남기는 글이 당신에게 특별히 새로운 영감(밈)을 주지는 못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쓸 대부분의 내용이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혹 말과 글이 아닌 다른 언어-시각적 혹은 청각적 이미지와 같은 형태-로 당신 안에 이미 들어 있는 바와 다르지 않거나, 혹은 쓸모없어 버려진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것들을 굳이 글로 풀어내보려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할 어떤 필요와 가치보다, 제가 가진 재주가 생각을 자판으로 두드리는 것뿐이며 제가 그러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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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HWP로 글을 쓸 때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띄어쓰기를 교정해주는 붉은 밑줄입니다. 워낙 띄어쓰기에 취약하다보니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따라다니는 밑줄을 다시 교정하다보면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는 것도 몹시 피로한 노동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윈도 메모장을 활용해봤는데 행갈이에 문제가 있어 난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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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글로써 당신에게 말걸기가 실패해서 당신이 대꾸해주지 않는 것은 글쟁이로서 제겐 몹시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저의 말하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니까요. 음악도 영상기술도 없는 제가 취할 수 있는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이 글입니다. 혹자는 너무 뻔한 혹은 황당한 소릴 길게 늘어놓는다고도 하고, 아우 녀석은 어려운 단어를 남발해서 읽기 싫다고도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저의 밈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한 더 효과적인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공감이든 반대든 비웃음이던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이든(밈!) 상관없이 댓글을 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댓글을 주신 그 성의보다 더 큰 밈으로 제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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