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8일 월요일

5월 첫주 다음 만화속세상 웹툰 감상


노동절 좋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12월_송래현/강지영

 

정주행 시작.

초반 5화까지 느릿느릿한 진행에 살짝 정신줄 놨다가 여주인공의 정체가 '재학 중 등단한 천재소녀'임이 밝혀져 화들짝. 설마 송, 강작가 커플은 아니시겠지. -_-;

'우리는 열심히 하는데 잔인한 세상이 우릴 괴롭혀요.'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여주인공의 이모와 어머니, 그리고 부장님(?)에게도 적당한 사연이 준비되어 있는 거라면 좋겠다.(설사 스토리 전개상 작품 중에 그려지진 못하더라도)

영화의 멋진 씬처럼 느껴지는 연출들이 가끔 돋보인다. 결말까지 초반의 상큼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 환상스케치_마진

1.
<환상 스케치>라니?! 정말 좋아하지 않는 센스의 제목이다.

유행이 지나도 한참 전에 지났다. 거의 나와 맞먹을 만큼이나 후지다. 지금 와서 제목 바꾸기도 뭣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제목 때문에 이 작품을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2.
복장의 일본색 논쟁은 '왜색에 대한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다. 요즘 세대는 일본 만화를 많이 보다보니 '일본색'에 익숙하다. 여기다 '한국색'이 어떤 건지까지도 아는 독자 일부에게는 그 왜색이 눈에 거슬려버린다.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그저 '예쁜 옷'이거나, 잘해야 '동아시아풍의 예쁜 옷'으로 보일 뿐이다. '만화에서 뭘 입은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중요한 건 XXX이지'라고 생각할 이들도 많다.
대사도 마찬가지다. 내 주변의 친구들과, 그동안 본 영화, 읽은 책들, 등을 통해 '경상도 사투리'는 내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언어다. <환상스케치>는 내게 대체로 '리얼한 대사'들 속에서 가끔 튀어보이는 '문어체 대사'들이 눈에 조금 거슬리는 정도다.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살짝 유감스럽긴 해도, 작가가 사투리를 끌어다 쓴 용기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제법 잘나가는 디자이너였'' 친구가 있다. 지금은 디자이너의 말빨이 클라이언트에게 도저히 안먹히는 현실을 개탄하며 디자인 때려치우고 순전히 말빨 쎄우려 경제학 공부중이다. 이 친구는 미국 만화 일본 만화 모두에 정통한, 제대로 덕후다. 내가 '웹툰의 문학, 철학적 요소'에 집중하는 덕후라면, 이 친구는 '그림' 자체에 대해서도 나보다 훨씬 깊게 감상할 줄을 안다. 이 친구는 한국 웹툰에 대해 대체로 평가가 박하다. 나는 그 까닭을 전 세계에 넘치는 천재들의 작품들을 다 찾아 감상하기에도 시간이 벅찬 녀석이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투자한 만큼만 그 대상에 대해 알 수 있다.

 

3.
요즘 고딩들이 주로 뭐하고 놀면서 그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니들 주로 뭐하고 노니?) 벌써부터 늙은 척하고 싶진 않지만, 내겐 이미 10년이 훨씬 넘은 과거의 일이다. 시대의 변화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현대의 10년은 근대의 10년과도 의미가 많이 다른 것 같다.

<환상스케치>의 '고딩'들은 내 기억 속의 '고등학생'들이 아니다. 쿨하고 당당하게 자기 꿈을 추구하는 이런 주인공은 오히려 '일본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다. 좌충우돌 '강백호', 자신의 장점인 리바운드를 극대화할 뿐 단점(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을 극복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캐릭터였다. 한국에 이런 넘이 정말 있었다면 짤없이 퇴학이다. <Touch>의 '한하늘'(해적판에는 이런 이름이었다), 변태에 좀 쪼다다. 하지만 야구 하나 만큼은 끝내주게 하고 또 그걸 이루는 데 필요한 재능과 노력과 근성이 있었다. 이런 친구들, 실제론 거의 볼 수 없었고, 그래서 그들은 우리 세대의 영웅이 됐다.

성격결함이 의심되는 <에반게리온>의 '신지'는 그래서 독특한 캐릭터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 한다고 믿는 것도 없다. 그저 다른 이들이 '해야 한다고 시키는' 일을 별로 투덜대지도 않고 할 뿐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다소 매니악한(<슬램덩크>나 <드래곤볼>에 비해) 위상을 갖게 된 이유가 아닌가 한다.

 

4.
5화에 베플 중 정승우님의 "이 만화 한줄 요약"이란 글이 해당 화의 베플이 됐다. "오덕지존, 오덕미화"라는 단 여덟 글자로 122개의 댓글과 39회의 추천을 받았다. 확실히 이 만화, '야오이'삘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면 '소설가가 주인공인 소설'에 익숙한 만큼 '만화가가 주인공인 만화'에는 익숙하지 못한 것 아닐까. 소설가가 소설의 주인공이 돼선 안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만화가가 만화의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 없다.

특히 인터넷 세상이 발달해 웹디자이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만화가 지망생'도 전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을 느낀다. 그 먹고살기 어렵다는 한국 만화, 대여소가 다 죽여놓았다는 한국 만화에 뛰어들려는 용감한 사람들.
'나 때는'(아 싫다. 늙은 척) 미술을 전공하면 먹고살 길이란 국전國展에 당선되어 화가가 되던가, 안되면 미술 선생질이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창작의 고통' 이전에 '생존'조차 만만치 않았던 거다. 하물며 만화가는 굶어 뒈질 각오를 제대로하고 덤벼야 하면서도, 대우도 못받는 천직賤職에 가까웠다. '딴따라'니까. (이해가 안되는 나보다도 더 젊은 친구들은 '가수' 하겠다고 '가출'했다는 중년 트롯트 가수들의 학창 시절을 상상해주면 되겠다. '가수'를 하겠다니? 다리 몽댕이 분질러지고들 싶으셨던 게지.) 디자이너? 개코다. 삼성의 '마이마이'가 '소니'나 '파나소닉' 따위에게 처발렸던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발전하면서 산업 전반에 디자인 개념이 전면적으로 도입된다. 박봉에 고된 3D직종이란 거 알고 있지만, 최소한 밥은 먹는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니 무려 '웹디자이너'란 직업도 생겼다. "웹!디자이너"라니...? 새 밀레니엄 직전까지만 해도 간을 어떻게 쳐서 국 끓여 먹는 건가 했을 거다. '프로그래머'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만화가 지망생들, 잠재적인 '만화가'들이 늘어났으니 그들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게 됐다. 또한 '만화'에 씌워져 있던 천박한 굴레도 전에 비해 많이 벗겨져 만화독자층도 제법 두터워졌다. 이게 산업적 가능성이다. 포탈들이 웹툰에 조금이나마 투자를 하는 이유다.

야오이스러워 싫다고? (당당하게 나서서 말하진 못해도) 야오이스러워서 좋은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누가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소비해주느냐이다. 가서 당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하라.

 

5.
잡썰이 조낸 길어졌다. 계획대로 '짤막한 감상'으로 돌아가야지.
기대된다, 이 작품. 무형문화재와 만화가의 만남이라... 삘이 온다. 잔소리꾼들 말처럼 고증에 조금 더 신경쓰긴 해야겠다.

 

 

 

★ 세브리깡_강도하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작가가 '의성어'나 '의태어'를 그림에 조화시키는 방식은 감탄스럽다. 뽁뽁이로 카메라를 소제하는 장면에서 보이는 '폭폭폭폭'은 소리와 함께 주변 공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한 구성이다. 그 타이포와 화면구성 등을 의도하지 않고도 이렇게 그려냈다면 그야말로 천재다. 강도하가 천재란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긴 하지만.

 

여기서 망상을 잠깐 풀자면-

초연이 상징하는 '폭력적인 사랑'은 어쩌면 우리 '국가와 민족'(으로 상징되는 여러 대상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예쁘고' '조건 좋은' '사랑해볼 만한 여자'다. 그러나 자신의 목적(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을 이루기 위해 타인을 상처주는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를 막을 자는 없다. 과연 막아야 하는지도 나는 자신이 없다...

 

16화의 베플은 계란과자 님의 "세브리깡 좀 키워주세요."다.

(...세상엔 '댓글의 천재들'도 있다.)

 

 


★눈코입_와룡은자

이번엔 용두사미 노땡큐.
'나도만화가'에 기회를 얻지 못해 통한의 눈물을 삼키는 열혈 만화지망생들이 오글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미소유희_노명희
진휘는 츤데레~ 대세는 츤데레~
작가님이 달릴 준비는 제대로 챙기신 것 같고,
과연 나를 비롯한 남녀독자들의 질투를 뛰어넘을 만한 러브스토리가 전개될 것인가?! 두근두근.

 

 


나 임신했어요_팀 다솜
이제 허은영 양에게 '미워할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준비해둬얄 듯. ㅎㅎ
여자 눈으로 보는 부부의 성생활이란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지요. 앞으로 얼마나 더 용감하게 그려내는지 두고 보겠습니다.

 

 


이끼_윤태호
안 보고 미뤄둔다.

 

 


R에 관하여_이림

다음은 35화의 베플이다.

 

"따라,따따라,따따라,따~따따라라"_이지훈 님
녹차 = 5시간 보성 ㄱㄱ
커피 = 최고급 호텔커피 쓰맬~

 

뭔 소린지, 왜 웃긴지 전혀 모르겠다. 댓글의댓글로 보건대 무한도전과 관계있는 어떤 멜로디나 CF의 패러디로 추정된다. 나는 TV를 최근 수 개월간 TV를 전혀 보지 않았다. 이처럼 작품의 감상은 감상자의 주관적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

 

R에 관하여는 그림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발전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때로 적절한 연출 때문에 고민하는 듯하지만 이건 재능의 문제다. 차라리 쓸만한 그림 작가 따로 구해서 스토리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둘(혹은 그 이상)이 그리고 쓰며 먹고살 만큼은 충분히 벌어줄 만한 소재다.

네 명의 여주인공 중 노란 머리, 작가가 얼마나 방치해뒀는지 독자가 이름도 까먹었다. 이 녀석을 제대로 배려해주지 않아 내가 삐쳐서 이러는 거 절대 아니다.

 

 

★파페포포 레인보우_심승현
그동안 많이 바쁘셨나 보다. 하기사 책도 무진장 팔린 웹툰 1세대. 좋은 시절이었다.
웹툰 계는 이제 정글이 됐다. 아직 빛을 보지 못했을 뿐, 넘치는 재능을 가진 '아마추어'들이 '나도만화가'에 우글거리면서, 실상 그다지 화려하지도 못한 '연재만화' 작가 자리를 노리고 있다.
내공이 깊어 쉽게 무너질리는 없겠지만, 웹툰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왕년의 스타'에 머물고 말 거다. <만화속세상>의 독자 대부분은 <마린블루스>도 잊었다.

 

몰랐던 사실인데 작가가 JTS란 단체의 홍보대사란다. 뭐하는 단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 하는 곳인가 보다. 그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다.

 

  

아아 노동절. 하루가 속절없이 가는구나.
그래도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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