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진지한 '톰과 제리' - <스튜어트 리틀>_2001.07.09

어제 철물점을 지키며(-_-;) '스튜어트 리틀'이란 비됴를 빌려다 봤다.

사실 귀엽게 만들어진 CG 쥐쉑기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빌린 거라 작품성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

근데 이게 문제의식만큼은 제법 물건인 것 같다.

 

- 겉으로 드러나는 영화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행복하기 짝이 없는 '리틀' 가족이 고아원에서 쥐쉑기인 '스튜어트'를 입양한다. 주목적은 외아들인 '조지'의 동생을 얻어준다는 것이었는데, 조지는 함께 놀 수가 없는 쥐쉑기인 스튜어트를 반기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애완고양이 '스노우벨'은 "쥐의 애완동물이 될 수는 없다"고 반발(-_-; 그, 그럴만 하다...).

  그렇지만 화목한 리틀 부부는 스튜어트를 사랑으로 감싸고, 마침내 시내 호숫가에서 열린 모형 보트 경주에서 스튜어트의 활약으로 조지가 우승을 차지하자 조지도 스튜어트가 한 '가족'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런데 조지의 우승 축하파티가 한창일때 한 쌍의 쥐쉑기 부부가 리틀가를 방문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스튜어트의 친부모라고 주장하며 스튜어트를 데리고 가야한다는 것. 비로소 서로 가족으로 인정하며 행복을 느끼던 스튜어트와 리틀가족은 상심하지만 '친가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며 스튜어트를 떠나보내는데...

(... ^^; 비됴 소개를 보면 대충 이런 식으로 끝남)

 

- 이 영화의 일반적인 평가

  이 영화가 나올 당시 주목받았던 부분은 주인공 쥐쉑기를 묘사하는데 동원된 CG 기술이었다.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쥐쉑기가 이 영화에서는 실사와 거의 구분되질 않는다. 그런데 털 하나 하나까지 완벽하게 묘사했다는 이 영화의 '기술' 측면은 침이 마를 찬사를 받았지만, 작품평에 이르면 좀 가혹하다.

  '톰과 제리'의 아류라는 둥, 권선징악적 이야기 구조를 못 벗어났다는 둥. 기껏 잘 봐준 평이라는 것이 '헐리우드식' 가족애를 다룬 아동영화란 정도다.

 

- 왜 리틀 부부는 쥐쉑기인 스튜어트를 입양하려 했을까?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간들은 쥐쉑기인 스튜어트가 인간처럼 '말하고/듣고/읽고'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스튜어트는 쥐쉑기다'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일 뿐이다. 그러니 쥐쉑기인 스튜어트가 고아원에서 키워지고, 입양이 되는 것이다. 거기다 정작 리틀 부부는 그나마 스튜어트가 '쥐쉑기'인 것에 대한 거부반응조차 없다. 이것은 스노우벨이 그저 애완고양이로 취급되는 것과 아주 대조적이다. (고양이들끼리 있을 때는 의인화되지만 인간과는 대화하지 못한다.)

- 스튜어트는 쥐가 아니다.

  나는 이 영화가 '인종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리틀 부부는 인종차별 문제(또는 장애인, 사회적 약자)에 대해 아주 개방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상징(?)한다. 그들의 시각에 스튜어트는 단지 좀 작고 생김새가 다른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토록 쉽게 스튜어트를 자신들의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크기가 다른' 스튜어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아들 조지가 스튜어트를 거부하는 것은 다른 인종의 인간을 입양하는데서도 나타날 수 있을만한 가족내 갈등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스튜어트를 지독하게 미워하는 고양이 무리들은 'KKK'와 같은 극우단체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들의 행동대장(?) '스모키'는 '힘과 야성'을 특히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이 영화는 '톰과 제리'식 유머를 빌려 어린이들에게 아주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각을 교육할 수 있는 영화가 된다. 그들이 쥐쉑기인 스튜어트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흑인 형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도 보다 커지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 영화가 첨단 CG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톰과 제리 식의 '유치한' 쇼를 벌이지 않으며,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내지 않았다면, 정말 극히 소수의 비평가들이나 좋아할 '암울한' 영화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작 그런 영화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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