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집에서 놀면서 CA TV를 봤는데-현장르포...?_2001.04.16

현장르포 제3지대-라는 것의 재방송이었다.

'농사를 배우는(?) 세계의 10대 아이들'... 이런 제목이었는데(방금 본 것도 까먹는다, 나는 -_-;) 전주 어디에 있다는 일종의 대안학교가 나왔다. 이름은 '한국예농학교'.

 

그 학교의 기본적인 교육이념은 -농사(유기농)를 통해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을 육성한다-로서, 한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각국 출신의  12~19세의 학생들이 산골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 농사를 짓는 것이다!

 

그들은 학력 인증도 되지 않는 그 학교에서 오전엔 일반 고교의 기본과목-국,영,수-을 공부하고(국,영,수 외의 과목은 명심보감-이라든가 하는 뭔가 다른 것들이라고 한다)

오후엔 밭에나가 농사짓고, 일과후에는 학생마다 한가지 이상의 악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새벽 4시가 채 못되어 용달차에 탄 열명의 사내에들이 거름을 퍼 나르는 장면으로 시직된 이 프로그램은 내겐 놀라운 것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작업중 다친 발을 씻으며 '신세대 농사꾼은 외모도 가꿀 줄 알아야 한다'며 웃던 소녀(한 손엔 귀뚜라미를  잡아들고 있었다 -_-;). 다들 결코 예쁜 얼굴이 아니었지만 어찌나 예뻐들 보이던지.

취재기간중 새로 입학해 들어온 12살의 일본 여자아이는 언니가 벌써 둘이나  같은 학교에서 몇년째 생활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의 아버지는 치과의사고 어머니는 조그맣게 농사를 짓는다고(?) 하던데, 얼라들이 그 학교에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배웠으면 한단다. 아무튼 요 꼬맹이는 밭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면서(늦겨울이었다) 열심히 일하는데, 옆에서 가르치던 전문가 농사꾼(^^;) 아저씨가 '참 야무지다'고 감탄한다.

저희들끼리 서로의 언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이 따로 있고, 연습한 악기로 양로원 같은 곳으로 위문공연도 한단다. 부채춤을 배우는 일본아이, 상모를 돌리는 미국아이. 참 대단들 했다.

 

결국 그렇게 배운 것들이 그들의 삶을 이뤄가게 될 거다. 한국말을 배워 돌아가 한국말을 가르치겠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진짜로 신세대 농사꾼이 되겠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무슨 목적으로 공부를 하던 공통된 한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과 '진짜로 함께' 살아가는 삶 말이다.

자기 삶을 설명할 확실한 언어를 알고있는 그들이 정말 멋져 보였다.

 

마지막으로, 주제와 관련없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의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제(思第)관계 였다. 밭고랑을 파주는 교장선생님과 그곳에 감자를 심는 제자. 한밤중에 습격처럼 찾아와 생일을 축하해주는 제자들 앞에서 너무 기뻐 울지도 못하겠다는 선생님.

어떻게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막상 써놓고 보니 감동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 몹쓸 글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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