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6일 화요일

슬픔과 노여움

노통이 가셨습니다.

 

그를 겁박해 사법살해한 소위 '기득권'의 대척점에 서야 할 자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궁금해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당게를 둘러보았지요. 민주당과 친노계 인사들 관련 정보는 어지간한 인터넷 뉴스들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는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인데, 벌써부터 계산기 두드리는 모습에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보아하니 만에 하나, 기득권을 일소할 기회, 예컨대 그들이 그리고 제가 바라는대로 시민 혁명이라도 일어나 MB가 하야하고 대선을 다시 치르는 상황이 온다 할지라도 최후의 승자는 '저들'이 될 것 같군요. 노통을 겁박해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 3대 권력인 입법, 행정, 사법부에 재계, 교육계, 그리고 언론(!)까지 장악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메인스트림에게... 죽 쒀서 개주는 꼴이랄까요.

 

6.10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했던 88년, 김대중과 김영삼이 끝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자,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 즉 대권은 결국 12.12쿠데타 이후 군부독재의 또다른 주역-노태우에게 돌아갔습니다. 역대 사상 최저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말이죠.

이후 김영삼이 백기를 들고 민정당과 공화당, 즉 당시 주류 권력이었던 군부에 투항한 것을 끝으로 김대중의 호남-민주화 세력과, 김영삼의 영남-민주화 세력은 서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습니다. 바로 이때 노무현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군부에 투항한 YS를 버리고 DJ 편에 섰지요.

 

정치보복에 의한 전 대통령의 자진은, 시민혁명의 불씨가 되고도 남을 대사건입니다.

이승만을 하야시킨 4.19혁명은 상당부분 당시 대선후보 조병옥의 죽음(암살설이 없지 않았다)에 의해 촉발되었고, 박정희를 비명에 보낸 10.26사건은 김영삼을 국회에서 제명(정치적 탄압)한 것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에서 비롯하였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분신 자살은 오늘날 노동자 권익 운동의 모체가 되었으며, 이한열박종철의 죽음으로 저 87년의 6월항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토록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의 과실은 과연 지금 누가 즐기고 있습니까?

(좌빨의 선동이니 하는 개소리는 사양하겠다. 이 모든 사건들의 중심에 있던 사람 가운데 일부 변절자들은 '메인스트림'을 위해 개처럼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일일이 거명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현직 대통령 모씨가 한때 어떤 경력으로 국민을 기만하였는가 다시 살펴보라.)

 

일단 29일 영결식까지는 조용히 슬퍼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후, 노무현의 죽음을 계기로 일어날 국민의 노여움은 과연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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