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신은 주사위 놀이를 즐기는 중이다_2001.09.05

신(神)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을 것 같다. 그 하나는 "신은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세계를 창조하셨다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신은 주사위를 굴려* 세계를 창조했다는 믿음(?)"이다.

전자에 대해서라면 많은 크리스찬 및 정통주의자들이 이미 많은 설명을 해온 방식이므로 일단 첨언을 미뤄야겠다. 그런데 '주사위 굴리는 신'에 대한 불신은 21세기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시대라는 의식이 번져갈수록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대적 사고방식에 이름붙이기를 즐기는 학자들(대개 그들은 '철학자'로 불린다)에 따르면, 이러한 유행은 지난 두차례의 세계대전에 의해 인간성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되었고, 8~90년대 인간 신뢰의 마지막 실험이라 할 수 있을 사회주의 국가들이 차례로 붕괴를 맞으며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 한다.
결국 신은 아주 무능하게 되어버렸다. 하기사 나치의 유태인 학살도, 수천만이 죽어간 전쟁의 병화도 막질 못했고, 당신의 이름을 배제했다 뿐이지 어찌 보면 가장 기독교적인 생활 공동체를 꿈꾸던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마저 방치했으니 무능하다기 보다는 애당초 '모든 인간을 사랑하는' 신은 아니었겠다는 의심도 넉넉히 받을만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주사위 굴리는 신의 신봉자(-_-;)들에게서는 대개 위악의 혐의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이 제공하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믿음도 깨어지고, 인간이 만들어갈 천국에 대한 환상조차 깨져버린 그들은 '이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은 없다.'라든지, '돈이 신이다'라든지,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라든지 하는 말들에 자조와 냉소를 보태서 뱉어놓곤 하는 것이다.
이들은 100%, 불행하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어느 인터뷰에선가 그렇게 말했단다. "설사 진리는 그리스도의 밖에 있다고 할지라도, 아니 그리스도 안에는 진리가 있지 않다 할지라도, 나는 진리보다는 그리스도의 곁에 있고 싶다."고.
그가 그토록 부정의 논리를 개발해내면서도, 끝까지 그안에 남아있기를 소망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 답이 현재 우리의 불행한 형제들-나를 포함한-에게도 무관할 수 없는 그 무엇이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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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주사위 놀이를 즐기는 중이다', 함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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