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3년 전 오늘..._2001.06.09

1998년 6월 9일 나는 의정부 306 보충대에 입소했다.

 

입영통지서에는 14시까지 입소하라고 되어있었고,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친구 한 놈은 12시 반쯤에 의정부역에 도착했다. 우린 별로 식욕을 느끼지 않았지만 무언가 먹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그 기념적인 짜장면을 먹었다.  

 

의정부역에서 보충대앞까지 버스로 10여분? 정류장에서도 보충대 입구까지는 거리가 있었지만, 어느 철없는 연인들은 벌써 전봇대를 껴안고 있었다. 거기쯤에서 나는 그날 아침 해지한 삐삐의 음성사서함을 한 번 확인해보았던 것 같다.(당연히 불통이었다)

 

보충대 연병장에는(그때까지만해도 '운동장'이었지만) 꽤 많은 젊은이들이 가족 또는 친구, 애인을 동반한 채 헤매다니고 있었다. 우리 국군의 선진문화를 선전하는 전시관(?) 같은 것도 있었는데 나와 친구는 그곳을 구경하며 전시용 내무실의 '각이 덜 잡힌' 모포를 트집잡았더랬다.(사실은 '칼각'이었다.)

 

입소할 '장정'(입영대상자)들과 배웅 나온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충대 장교는 우리 국군의 선진 병영문화를 선전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고 안심하지는 않는 듯 했다.

 

2시가 되자 호루라기가 울렸고 장정들은 가족의 손을 놓고 집합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마른 목을 축이고 싶어 수돗가로 다가가던 중이었다. 내 동생과 친구 놈은 느긋하게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때 검은 화이바를 쓴 군인이 소리를 지르며 장정들을 줄세웠다. 나는 얼결에 수돗가 근처의 대열에 줄세워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뒤에서 목격한 친구놈은 후일 코뚜레 꿰어 끌려가는 소 같았노라고 했고, 나는 새처럼 날아갔다고 변명했다.

 

이게 딱 3년전 오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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