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인터넷 행운의 편지_2008.07.13

"전화오는법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 제일 처음 쓴에는 진짜와서 울었다눈데.. 나는..글쎄~군뎅 신기하게 진짜 남자한테 오긴 왔었어영....구 사람이랑 인연이 있눈 겐가?ㅋㅋㅋ이글을 보시고 1시간 이내에 1번만 다른곳에 올리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온데요!!진짜에요... 정말로 한번 해보세요!!! 이루어지시길.."

 

인터넷 댓글을 눈여겨 본 이라면 한 번 이상 이런 댓글들을 보았을 것이다. 인터넷의 '전화오는 법'은 인터넷을 떠도는 '행운의 편지'란 거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땐가 길에서 행운의 편지란 것을 주운 적이 있다.

 

그 편지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링컨이며 케네디가 죽은 것은 행운의 편지를 쌩깠기 때문이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만, 그리고 그때도 말 같지 않았지만, 그땐 살짝 쫄았다. 게다가 편지의 '지시'를 따랐을 때 내가 받기로 약속되는 영광의 양과, 따르지 않았을 때의 받게되는 저주의 양과의 간극은 너무나 컸다. 이건 왠지 천국과 지옥으로 선행 또는 광신을 강요하는 어떤 종교들을 닮아있었다. 그러고보니 내용의 변형과 삭제에 따르는 끔찍한 불운도 요한묵시록적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기복종교의 조잡함을 알지 못했던 시절의 내겐 행운의 편지도 제법 무시무시한 데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편지의 지시를 따라 십여통에 달하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당시엔 편지지로 당당히 사용되던 '고급 양면괘지'에 손으로 쓴 것을 복사한 그것은 꽤나 여러 장이었다. 나는 '먹고 죽을래도' 50원짜리 하나 구경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으므로, 손으로 베껴쓰기로 했다.

그 장대했던 프로젝트는 한 통을 온전히 베낀 후 포기되었다. 쓰다보니 우선 손이 너무 아팠고, 무언가 뻘짓을 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날 네티즌으로 통칭되는 집단은 사실 별 놈들이 다 포함된다. 서식지와 활동의 왕성함 역시 천차만별이지만, 초딩부터 전직 대통령까지 아우르는 다양성이 확보된 집단이라는 거다. 그 중 극히 일부분인 '행운의 편지를 따르는 네티즌'이 오늘 나의 관심을 살짝 끌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재생산 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